남북한 불교계는 러-일 전쟁 때 일본에 약탈당한 뒤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온 임진왜란 승전비인 북관대첩비를 돌려받아 원래 있던 자리인 함경북도 길주군에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북관대첩비 민족운동중앙회 남쪽 대표인 한-일 불교복지협의회장 초산 스님과 북쪽 대표인 조선불교도연맹 심상진 부위원장은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북관대첩비의 환국 절차 문제를 논의한 뒤 합의문을 채택했다. 양쪽은 합의문에서 북관대첩비를 원래 있던 자리인 함북 길주에 복원하기로 하고, 개성 또는 금강산에서 복원과 관련한 행사를 열기로 했다. 한-일 불교복지협의회는 양쪽 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을 다음달 초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본 외무성에 전달할 예정이다.
1592년 왜의 조선침략 전쟁 때 정문부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규합해 왜군을 격퇴한 전공을 기리기 위해 1707년(숙종 33년) 함북 길주군 임명고을에 세워진 북관대첩비는 1905년 러-일 전쟁 때 일제가 약탈해 일본으로 싣고 간 뒤 지금까지 야스쿠니 신사 경내 구석에 방치해 왔다. 지난 1일 야스쿠니 신사의 난부 도시아키 궁사(관리책임자)는 “한국이 외교 통로를 통해 반환을 요청하면 일본 정부와 협의해 즉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남북 양쪽은 북관대첩비를 돌려받을 경우 올 가을까지 원상 복원을 모두 마칠 방침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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