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입안 반대에 불만…‘반미감정 대선에 활용’ 분석도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대만이 항상 미국만을 추종할 수는 없다며 최근 유엔가입 투표안을 반대하는 미국에 대해 못마땅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천 총통의 경고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대만의 유엔가입 투표안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데 따른 것이다.
천 총통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백악관 안보담당 부보좌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대만은 오랫 동안 미국의 충실한 우호국이었고 미국의 이해관계와 관심사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며 "그러나 미국은 대만의 협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 총통은 미국이 대만과의 말다툼을 공개하는 것을 자제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구축됐던 양국간 고위급 안보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이런 대화채널을 활용했던 부시 행정부가 이를 중단하고 미 국무부 산하의 미국대만협회를 채널로 대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준(準) 대사관급의 기구 신설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천 총통의 거침없는 대미 비판이 미국을 고의로 자극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했다.
차이웨이 중국문화대 정치학과 교수는 "천 총통이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반미 감정을 조장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APEC 회의에 참석중인 후 주석은 8일 스전잉 대만 APEC 특사와 10여분간 전격 회동을 갖고 대만을 다독이는 태도를 보였다.
스 특사는 "후 주석이 어울리기에 편한 면모를 보였다. 그의 선의를 느낄 수 있었다"며 자신의 푸퉁화(普通話) 액센트를 놓고 담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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