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시진핑
중국 공산당 17차 전대 ③후계구도 어떻게
‘공청단-태자당’ 대표로 배경·경력 차이 뚜렷
첫 복수 후계구도…전대 뒤 경쟁 가속화 할 듯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21일 시진핑 상하이시 서기(54)가 천량위 전 서기의 사회보장기금 비리로 얼룩진 상하이를 슬기롭게 재건했다고 칭찬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29일 시 서기가 시민들의 요구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민생을 안정시켰다고 치켜세웠다. 시 서기의 상무위원 낙점과 후진타오 주석의 후계그룹 진입을 시사하는 신호라는 관측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이번 전대는 ‘후진타오 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후계구도를 점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전대에서 새롭게 등장할 50대 상무위원 가운데 ‘5년 뒤 공산당 총서기’가 숨어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 서기의 부상은 후계구도가 리커창(52) 랴오닝성 서기와 양자대결로 압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 주석의 신임이 두터운 리 서기도 이번 전대에서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하다. 이들의 양자대결 구도는 공산주의청년단과 태자당으로 대별되는 중국의 권력지형을 반영한다. 리 서기는 당·정·군에서 후 주석을 옹위하는 공청단의 선두주자이고, 시 서기는 혁명원로들의 후광을 업고 곳곳에 포진한 태자당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시 서기의 지역적 배경이 상하이인 점을 감안하면 상하이방도 이 구도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경쟁적 요소’를 갖고 있다. 문화대혁명 시절 농촌으로 하방됐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기반과 지적 배경, 지도자 경력 등에선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이들의 대결에 투명성이 가미된다면 흥행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홍콩 〈명보〉는 “내년 3월 고위직 배분 과정에서 리 서기가 부총리, 시 서기가 부주석 자리를 맡아 치열한 실적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서기는 대인관계가 좋고 학구적 자세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베이징대 법학과를 나와 공청단 중앙에 들어가 당시 상무서기이던 후 주석을 만났다. 44살에 허난성 성장대리 겸 부서기로 임명돼 최연소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농업지대인 허난성에서 공업을 일으킨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동북지방 진흥의 임무를 띠고 랴오닝성 서기로 옮겼다. 시 서기는 문화대혁명 시절 아버지가 개혁파로 몰려 박해를 받은 탓에 서민적 정서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칭화대 공정화학과를 나와 국무원 판공청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40대 후반부터 푸젠성장, 저장성장을 지내면서 차세대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저장성을 기업친화적인 곳으로 탈바꿈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사회보장기금 비리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상하이시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복수의 후계그룹 부상은 중국 공산당 역사상 처음이다. 홍콩 언론들은 이번 전대에서 다음 최고지도자를 경선으로 뽑기 위한 기초를 닦을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당내 민주화가 진전되면 이들의 양자대결 구도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투명한 경쟁 ‘정치 민주화’ 기대 마오쩌둥 전 주석은 1969년 제9차 전대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린뱌오를 낙점했다. 그러나 그는 2년 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무장반란을 꾸민 혐의로 축출된 그는 71년 9월 가족과 함께 옛 소련으로 달아나다 몽골에서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최고인민법원은 81년 그를 ‘반혁명집단의 주범’으로 낙인찍었다. 마오 전 주석은 76년 화궈펑을 후계자로 낙점했으나, 그 또한 덩샤오핑 전 주석에 의해 축출되는 수모를 당했다. 덩 전 주석 역시 자신의 후계구도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후계자로 점찍은 후야오방이 강경파의 공세로 실각한 게 시작이었다. 이어 후계자로 민 자오즈양은 89년 톈안먼(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들에게 관용을 보였다는 이유로 축출됐다. 그는 가택연금 상태에서 최후를 맞았다. 중국에서 최고지도자 후계구도는 항상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이어졌다. 중국 정치체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여기서 비롯한다고 관측통들은 입을 모은다. 후진타오 이후의 후계구도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는 중국 정치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전대에서 후계구도가 분명하게 드러나, 투명한 경쟁이 이뤄지면 중국 정치체제의 민주화를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첫 복수 후계구도…전대 뒤 경쟁 가속화 할 듯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21일 시진핑 상하이시 서기(54)가 천량위 전 서기의 사회보장기금 비리로 얼룩진 상하이를 슬기롭게 재건했다고 칭찬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29일 시 서기가 시민들의 요구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민생을 안정시켰다고 치켜세웠다. 시 서기의 상무위원 낙점과 후진타오 주석의 후계그룹 진입을 시사하는 신호라는 관측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이번 전대는 ‘후진타오 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후계구도를 점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전대에서 새롭게 등장할 50대 상무위원 가운데 ‘5년 뒤 공산당 총서기’가 숨어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 서기의 부상은 후계구도가 리커창(52) 랴오닝성 서기와 양자대결로 압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 주석의 신임이 두터운 리 서기도 이번 전대에서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하다. 이들의 양자대결 구도는 공산주의청년단과 태자당으로 대별되는 중국의 권력지형을 반영한다. 리 서기는 당·정·군에서 후 주석을 옹위하는 공청단의 선두주자이고, 시 서기는 혁명원로들의 후광을 업고 곳곳에 포진한 태자당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시 서기의 지역적 배경이 상하이인 점을 감안하면 상하이방도 이 구도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경쟁적 요소’를 갖고 있다. 문화대혁명 시절 농촌으로 하방됐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기반과 지적 배경, 지도자 경력 등에선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이들의 대결에 투명성이 가미된다면 흥행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홍콩 〈명보〉는 “내년 3월 고위직 배분 과정에서 리 서기가 부총리, 시 서기가 부주석 자리를 맡아 치열한 실적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서기는 대인관계가 좋고 학구적 자세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베이징대 법학과를 나와 공청단 중앙에 들어가 당시 상무서기이던 후 주석을 만났다. 44살에 허난성 성장대리 겸 부서기로 임명돼 최연소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농업지대인 허난성에서 공업을 일으킨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동북지방 진흥의 임무를 띠고 랴오닝성 서기로 옮겼다. 시 서기는 문화대혁명 시절 아버지가 개혁파로 몰려 박해를 받은 탓에 서민적 정서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칭화대 공정화학과를 나와 국무원 판공청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40대 후반부터 푸젠성장, 저장성장을 지내면서 차세대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저장성을 기업친화적인 곳으로 탈바꿈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사회보장기금 비리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상하이시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중국 공산당 17차 전대
투명한 경쟁 ‘정치 민주화’ 기대 마오쩌둥 전 주석은 1969년 제9차 전대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린뱌오를 낙점했다. 그러나 그는 2년 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무장반란을 꾸민 혐의로 축출된 그는 71년 9월 가족과 함께 옛 소련으로 달아나다 몽골에서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최고인민법원은 81년 그를 ‘반혁명집단의 주범’으로 낙인찍었다. 마오 전 주석은 76년 화궈펑을 후계자로 낙점했으나, 그 또한 덩샤오핑 전 주석에 의해 축출되는 수모를 당했다. 덩 전 주석 역시 자신의 후계구도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후계자로 점찍은 후야오방이 강경파의 공세로 실각한 게 시작이었다. 이어 후계자로 민 자오즈양은 89년 톈안먼(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들에게 관용을 보였다는 이유로 축출됐다. 그는 가택연금 상태에서 최후를 맞았다. 중국에서 최고지도자 후계구도는 항상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이어졌다. 중국 정치체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여기서 비롯한다고 관측통들은 입을 모은다. 후진타오 이후의 후계구도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는 중국 정치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전대에서 후계구도가 분명하게 드러나, 투명한 경쟁이 이뤄지면 중국 정치체제의 민주화를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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