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좌우 이념갈등 구도
중국 공산당 17차 전대 ④ 이념갈등 어떻게 풀까
좌파 반대 불구 개방노선 유지…우파 급진민주화 요구엔 선그을듯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한 장쩌민의 ‘3개 대표론’을 당장에서 삭제하라.”
중국의 좌파 성향 관료와 지식인 170명이 최근 공개한 서한의 핵심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공산당이 중국의 선진 생산력을 대표한다는 3개 대표론이 무산계급의 독재정치를 기본으로 한 공산당의 본질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서명을 주도한 주도한 리청루이 전 국가통계국장은 “덩샤오핑이 씨뿌리고, 장쩌민이 기른 개혁개방의 부작용이 지금 무르익고 있다”며 후진타오 주석에게도 칼을 겨눴다.
17차 전대가 다가오면서 중국의 진로를 둘러싼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 격렬해지고 있다.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사상을 신봉하는 좌파는 “중국이 사회주의를 가장한 자본주의로 타락했다”며 공산당 지배력 회복과 국유경제 강화를 촉구한다. 반면, 개혁개방 노선을 지지하는 우파는 “이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때”라며 다당제 도입과 선거제도 확대를 요구한다.
좌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이번 전대에서 예상되는 우파의 개혁 요구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산당의 공식 선전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달 25일 베이징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정도로 세를 과시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이들의 대중적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파는 이들의 주장이 중국의 새로운 발전단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한다. 이번 전대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단된 정치 민주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민·노동자 1만2150명이 최근 공산당 지도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보장을 요구한 데서도 이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다. 좌파 이론가인 셰타오 전 인민대 부총장은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를 중국의 발전모델로 제시한다. 우파 이론가인 두다오정 〈염황춘추〉 사장은 홍콩 언론 인터뷰에서 “평화시기엔 당이 정부를 올바로 지도할 수 없다”며 당의 기능 축소와 법치주의 확대를 촉구했다.
공산당 지도부는 이번 전대에서 좌파와 우파의 요구를 선택적으로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개방 노선을 유지하되 급진적 정치개혁 요구에는 선을 긋는 것이다. 보편적인 민주화 요구에 대해선 공산당 간부들의 선출과정에 경선제를 확대하는 ‘당내 민주화’로 답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언론들은 이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불편한 동거’라고 표현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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