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개월 사이 중국 선양(瀋陽)에서 연이어 발생한 한국교민과 유학생 피습사건이 인터넷에서 반한(反韓)논쟁으로 비화하면서 중국인 네티즌 사이에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한국인 피습사건은 지난 1일 중국의 한 네티즌이 시나닷컴 게시판에 '중국인이 한국인을 손보기 시작했다. 선양에서 잇따라 한국인 피습사건 발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돼 14일 오후 현재까지 8천건이 넘는 조회수와 70개가 넘는 댓글을 기록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사건 개요를 소개한 글 밑에는 붉은 글씨로 된 '한국인 X무리를 중국에서 쫓아내자'는 선동적 구호까지 올라와 있다.
이에 호응해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X를 중국에서 쫓아내려면 한국 물건을 쓰면 안된다"거나 "한국에는 중국을 멸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한번 혼내줄 만하다"는 등 한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댓글을 달았다.
다른 네티즌은 "주인(중국)을 존경하지 않으면 혼내는 것도 정상적이다. 누가 당신(한국인)들을 오라고 했나"라며 거들었다.
하지만 논쟁에 참여하고 있는 대다수 네티즌들은 이번 한국인 피습사건을 반한감정에 기초한 범죄와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으로 극단적인 민족주의 정서의 표출은 한중 우호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며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한 네티즌은 "이 글을 올린 사람의 비열한 행동에 강력히 항의한다"며 "애국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좁은 민족주의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인은 사실 좋은 사람들이다. 말귀를 알아듣고 세상물정을 가릴 줄 안다면 한국인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한 네티즌은 "혹시 한국인에게 맞은 적이 있느냐"며 글을 올린 사람을 힐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엉뚱하게도 반한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범인이 검거되지 않아 정확한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선양한국인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인들의 잇따른 피습으로 교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루 빨리 범인이 체포돼 이런 불필요한 논쟁이 불식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blog.yna.co.kr/phillife
조계창 특파원 phillife@yna.co.kr (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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