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환경 변화
‘채산성 악화’에 내년 노동법 강화로 부담 더 커져
103개 한국업체 청산않고 문닫아…개성공단에 관심
103개 한국업체 청산않고 문닫아…개성공단에 관심
한국과 대만 등 외국 중소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폭 강화한 노동계약법을 발효하고, 환경 규제를 엄격히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바꾼 ‘차이나 드림’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경고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중국 개혁개방의 진원지인 선전과 광둥성에선 이미 적잖은 외국 중소기업이 이삿짐을 쌌다. 대만 자본의 하청을 받아 고급 신발을 만들어 온 위위위안은 최근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겼다. 완촨류 선전외국기업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문회보>와 한 회견에서 “기업들의 선전 탈출은 이미 개별적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공업총회가 중국에 진출한 홍콩 기업 8만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7%가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는 이제 옛말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도시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1만6675위안(2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8% 늘었다. 게다가 내년부턴 10년 이상 고용한 노동자에 대해선 종신고용을 맺도록 규정한 노동계약법이 발효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4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최근 근속연수가 8년 이상인 7천여명의 직원을 집단해고한 뒤 재계약을 맺어 파문을 일으켰다. 종신계약을 피하려고, 거액의 보상금으로 근속연수를 사들인 것이다. 이렇게 편법으로 재계약을 맺은 직원은 전체의 11%에 해당한다.
한국 중소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잇는다. 한국 중소기업이 밀집한 칭다오와 다롄의 한국무역관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피혁업체 상당수가 이미 문을 닫았거나, 중국 업체에 공장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봉제나 의복, 완구, 장신구 업체들도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산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중국을 떠나는 중소기업들도 줄을 잇는다. 칭다오와 가까운 자오저우에선 지금까지 103개 한국 업체가 비정상으로 문을 닫고 떠났다. 한국 기업 500여 곳 가운데 20%가 ‘야반도주’했다는 얘기다. 최근엔 상하이에서 채산성 악화로 중국을 떠나려던 화인방직 임직원들이 중국 노동자들에게 감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국에서 탈출한 외국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베트남으로 향한다. 베트남에는 노동력이 풍부하고, 임금도 싸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노동자 월급은 중국의 30% 수준이다. 더욱이 베트남 정부는 외국 기업에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 각종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행·통관·통신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면서 개성공단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칭다오의 의류업체 나인모드는 최근 공장을 처분하고,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장신구 업체인 영창공예도 개성공단으로 설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흑룡강신문>은 “개성공단이 한국 기업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공단 구조도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한국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행·통관·통신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면서 개성공단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칭다오의 의류업체 나인모드는 최근 공장을 처분하고,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장신구 업체인 영창공예도 개성공단으로 설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흑룡강신문>은 “개성공단이 한국 기업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공단 구조도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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