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티베트(시짱.西藏) 수도 라싸(拉薩)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시시각각 전 세계로 알리고 있는 외신기자들에 대해 조직적인 협박공세를 가하고 있다.
자칭 `독자'라고 주장하는 중국 시민들이 최근 베이징 주재 외국 언론사 사무실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티베트 폭동사태를 불공정 보도하고 있다"면서 거칠게 항의하고 있는 것.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밝히기를 거부하는 식의 `일체화된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부 서방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경우 전화와 팩스로 협박성 메시지가 계속 전달됨에 따라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아직 다쳤다는 외신기자들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외신기자클럽은 22일 중국에 사무실을 둔 외국 언론사나 현장에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외신기자들에 대해 주변 경계를 강화하고 몸조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 시민, 네티즌들은 티베트 시위대를 극소수 폭도들이라고 규정하고 서방 언론이 이들의 유혈 폭력시위를 편파적인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23일 '네티즌들, 서방언론의 티베트 폭력시위 왜곡보도 비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티즌들이 CNN과 BBC 등 서방 언론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관련 사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네티즌은 "그 동안 서방 언론이 공정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떻게 시위 가담자들의 살인 및 방화행위를 본 체 만 체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국 BBC 웹사이트에 오른 '라싸에 무장 군인들이 대거 주둔해 있다'는 설명을 단 사진을 보면 적십자 마크가 분명히 눈에 띄는 앰뷸런스임을 알 수 있다"며 의도적인 왜곡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의 N-TV, RTL-TV,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등의 웹사이트는 네팔 경찰이 티베트 시위자를 진압하는 사진을 실어놓고도 중국 경찰이라고 설명하는 등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해 서방언론은 비열한 방법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서방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관영 중앙(CC)TV는 21일 라싸 시위 사태의 폭력시위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켰으나 무장 경찰 등의 사태 진압 장면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그동안 라싸 시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정당화하면서 서방 언론의 보도태도가 상당히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계속해 온 바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성명에서 "세계 100여개국이 티베트(시짱.西藏) 시위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대응에 지지를 표시했다"며 "속셈을 실현하기 위해 달라이 라마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친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서방언론의 보도태도는 라싸 사태가 명백한 폭력시위란 사실을 간과한 채 상당히 왜곡되고 편파적"이라며 "서방언론은 보다 객관적이고 책임있는 보도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권영석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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