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사태 ‘음모론’ 공방
“중국군이 승려로 가장해 폭력사태를 유발했다는 소문이 있다.” “티베트 분열주의자들의 다음 계획은 자살공격 테러를 감행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가 서로 ‘음모론’을 제기하며 거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폭력사태의 배후라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는 달라이 라마와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기괴한 설전이다.
우허핑 중국 공안부 대변인은 1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티베트 분리주의 세력이 테러조를 짜 자살공격 테러를 기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가 파악하기로 티베트 분열주의자들의 다음 계획은 자살공격 테러를 감행할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들은 어떤 유혈사태나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코웃음’을 쳤다. 삼동 린포체 망명정부 총리는 “우리는 전적으로 비폭력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이 티베트인을 가장해 이런 공격을 벌여 티베트인들의 이미지를 훼손하려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톰 케이시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도 “달라이 라마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중국 공안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달라이 라마는 앞서 지난달 29일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군의 승려 가장설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군 수백명이 승복을 지급받았다는 소문이 있다”며 “그들은 승복을 입었지만, 갖고 있던 칼은 티베트인들의 것이 아닌 중국인들의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달라이 라마가 진실을 가리려 한다고 비난했다. 장위 외교부 대변인은 “라싸에서 발생한 폭력적 범죄의 진실을 보여줄 강력한 증거가 있다”며 달라이 라마의 주장은 그의 ‘죄의식’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중국 공안부는 이번 사태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세운 ‘인민대봉기 운동’의 한 부분이라며, 라싸의 사원에서 총기류 178점을 비롯해 화약 3504㎏, 뇌관 1만9360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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