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장부 그레이스에게 / 한겨레 블로그 prunepeach
용기있는 소녀 그레이스에게, 네가 88년 2월에 태어났으니 이제 막 스무살 하고 두 달이 되었구나. 88년에는 서울에서 올림픽이 있었으니, 20년 동안 살면서 일곱번 째 맞이하는 올림픽이 곧 너의 조국에서 열린다. 네 생일, 주소, 초, 중, 고등학교까지 모두 중국 중앙 방송에서 공개했으니, 이렇게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이 편지를 써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겠지?
네가 등에 "Free Tibet"이라고 써 준 애덤이 이야기하더라. "너는 정말 용감한 소녀야. 200명이나 되는 너와 같은 민족이 너에게 배신자라고, 죽인다고 소리치는데도 너는 끄떡없이 서 있었지." "그들은 어떤 것이 중국을 사랑하는 의미인지 알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에요.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입을 닫으라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너는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외쳤단다. 이런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겠지. 중국 사람이라면, 생각하거나 결정할 자유도 없이, 윗사람들이 결정한 일에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할테니까. 너의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가는 자세한 약도까지 인터넷에 올랐다고 하니, 부모님이 대피한 집 바깥에서 사람들이 동물의 내장을 꺼내 걸었다고 하니, 참 표현의 자유를 이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단다.
지난 4월 10일, 듀크 대학교에서 십여명이 티벳 국기를 들고 시위하는 곳 까지, 사백명의 중국인들이 진격하며 소리 지르며 에워싸고 있었지. 그런 급박한 시위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도 전달하기 어렵겠지만, 끄떡없이 서 있는 네가 대단하단다. 사람의 수가 많고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목소리가 작은 사람을 에워싸고 소리 지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지. 여기에 저항할 수 있는 한 명이 있다는 것에 중국의 미래를 보게 된단다. 네가 배우는 정치학, 잘 배워서 중국의 미래를 위해서 사용하기를 바란다. 네가 커서 중국에 돌아올 때에는 중국 사람들이 조금 더 자유를 누리는 법과 관용을 익혀, 소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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