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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과 정화의 해상원정

등록 2008-04-22 14:03수정 2008-04-22 14:48

해외구간 성화봉송 일정
해외구간 성화봉송 일정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해외봉송구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를 지나면, 오스트레일리아-일본-한국-북한을 거쳐 29일 끝으로 베트남을 찍고 중국 국내로 들어간다. 근래 비교적 '평화롭게' 봉송되고 있다보니, 성화가 가는 곳마다 시끄럽던 유럽,미국의 풍경도 어느덧 잊혀져간다. 성화는 일견 일정대로 '순항'하는듯 보이기까지 한다. 국제사회는 더이상 '소소한' 충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2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인 가족 3명이 티베트 설산사자기를 꺼내들었다가 중국인 '성화환영' 시위대에 얻어맞고 경찰에 끌려갔다는데도 크게 동요치 않는다. 반중 시위대의 소동 탓에 성화를 세차례 껐던 파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모르긴 해도, 난리가 났을테다.

런던(왼쪽)과 파리(오른쪽)에선 티베트 망명정부 지지자가 반중시위를 벌이다 현지 경찰에 붙들리기도 했고, 불가피하게 성화를 끄고 성화봉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런던(왼쪽)과 파리(오른쪽)에선 티베트 망명정부 지지자가 반중시위를 벌이다 현지 경찰에 붙들리기도 했고, 불가피하게 성화를 끄고 성화봉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파리에선 베이징올림픽조직위 당국의 경호원들이 성화봉의 가스배출을 차단시켜 성화를 세차례나 꺼뜨렸다. 일부 잘못 알려졌듯이 시위대가 끄는 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성화봉은 자체적으로 연료를 담고 있다. 레노보가 제작한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은 높이 25~30cm의 불꽃을 15분가량 유지할 수 있으며, 풍속 65km/h의 바람이나 시간당 50mm의 강우량에도 꺼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출처)

명나라 환관 정화의 해상원정이 다시 돌아왔나

최근 성화가 비교적 '조용히' 지난 곳들은, 명대 정화(鄭和·1371~1435)의 해상'원정' 경로를 떠올리게 한다. 정화는 30년간 7차례의 바닷길 여행으로 동남아를 돌아 말라카해협을 '뚫었고', 뒤이어 인도양 곳곳을 누비며 중동·아프리카까지 흔적을 남겼다.

정화의 흔적을 좇아가듯 아프리카 동안의 해변도시 다르에살람(탄자니아)을 13일 찾은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중국 투자로 건설된 철도와 체육관 곁을 밝히며 자존심을 세웠다. 오만의 무스카트(14일)에선 환영하는 불꽃놀이가 수놓은 하늘을 향해 성화는 활활 타올랐다. 정화의 함대가 누비던 아프리카와 중동이다.


왼쪽은 2008성화봉송로 아시아구간. 오른쪽은 정화의 해상원정
왼쪽은 2008성화봉송로 아시아구간. 오른쪽은 정화의 해상원정

인도 뉴델리(17일)에서는 거리를 텅텅 비운 채 '환영식'이 열렸다. 전체 3km 가량의 델리 봉송로에서, 70명의 주자들이 각자 맡은 구간은 무척 짧았다. 서른걸음 정도 뛰는가 했더니, 다음 주자에 넘겨주기 바빴다. 타이 방콕(19일)에선 현 집권연정을 이끌고 있는 사막 순타라웻 총리가 앞장서서 "시위를 하려면 중국에서 하라"며, 공권력을 동원해 성화를 보호했다.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16일)에선 '안전'을 이유로 초대받은 이들만 관람할 수 있는 성화봉송을 진행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22일)도 같은 진행방식을 따를 예정이다.

봉송 앞둔 나라들. 베트남·북한 "오케이", 호주·일본·한국 "불안"

/ 한겨레 블로그 탐스런
/ 한겨레 블로그 탐스런

성화봉송을 앞둔 나라들 가운데, 전통적인 공산주의 '혈맹'인 북한과 베트남은, 티베트 관련 중국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큰탈이 없는 한 '평화 봉송'이 가능할 전망이다. 비극적인 추가 혼란이 예상되는 곳은 친서방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그리고 한국 정도다. 캔버라 봉송(24일)을 앞둔 스티븐 스미스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은 "평화롭지 못한(폭력적인) 시위대에 성화봉송이 방해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나고야 봉송(26일)을 앞두고 일본에선 봉송 출발지였던 젠코지(善光寺)가 항의전화와 페인트 세례에 일찌기 시달렸다. 젠코지 쪽은 결국 '출발점' 계획을 포기했고, 올림픽위원회는 장소를 변경했다. 한국의 보수단체 100여곳은 이미 '선전포고'를 띄웠다. 한국에서 유학중인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성화가 도착하는 4월 27일 바깥외출을 삼가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혹시 모르는 폭력사태에 대한 본능적 걱정이다.

성화봉송, 어쩌다 이렇게 된건가

참으로 서글픈 성화봉송이다. 올림픽 성화를 들고 거리를 달리는 일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다. 문제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번올림픽('56)에선 대학생들이 성화봉송을 희화화하며 문제제기를 했다. 9명의 대학생들은 부러진 의자다리와 속옷 등으로 가짜 성화봉을 만들어 시드니 시장에 전달했다. 나치 독일이 신성성을 강조하며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성화봉송을 첫 부활시켜, "지나치게 권위적"인 문화가 됐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성화가 거리를 달리면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날리기 마련이다. 성화봉송은 가문 대대로 기릴만한 경험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건가. 누가 편을 갈랐나. 어떻게 해야하나.

영광의 달리기, 성화주자들 모습. 아테네올림픽('04·위), 서울올림픽('88·아래왼쪽) 솔트레이크올림픽('02·아래오른쪽)에서. 성화봉송은 전통적으로 개최국을 일주하는 데 그쳤으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세계 여러나라를 봉송하기 시작했다
영광의 달리기, 성화주자들 모습. 아테네올림픽('04·위), 서울올림픽('88·아래왼쪽) 솔트레이크올림픽('02·아래오른쪽)에서. 성화봉송은 전통적으로 개최국을 일주하는 데 그쳤으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세계 여러나라를 봉송하기 시작했다

정복할 욕구가 없었지만 교류할 뜻도 없었던 중국, '중국이 최고'라며 문호 닫아 다시 정화로 돌아가보자.

정화. 출처: 아주주간
정화. 출처: 아주주간

600년 전 정화의 여정은 흔히 '원정'이라고 불리지만, 알렉산더나 칭기스칸 혹은 십자군 등의 '정벌'에 가까운 원정은 아니었다. 전투도 있었고, 대개는 이겼다. 하지만 정화가 근대적 식민지를 만들고 돌아온 적은 없었다. 조공국이 늘었을 뿐이었다. 중국 당국은 이것이 '평화적 외교'였다고 자랑한다. 정화 덕분에 중국의 세력권은 분명 확대됐다. 중국인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은 정화를 기점으로 본격화된다. 현재도 그 흐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적 봉송'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엔, 막강한 정치·경제력을 쥐고 있는 화교세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정화의 원정이 비판받는 이유는, 중국 스스로에 '중국만한 곳이 없더라'라는 태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와 문화는 당시 전세계 다른 곳과 비교하기도 힘들만큼 높은 수준이었다. 스스로 '사해지내'**의 풍족한 물산에 만족하게 했고, 다른 곳으로 가봤자 배울 것도 얻을 것도 없었다. 중국에게 전세계는 베풀어줘야 하는 일방적 시혜의 대상이었을 뿐, 교류의 대상은 아니었던 셈이다. **四海之內:바다로 둘러싸인 곳. 세상의 중심. 곧, 중국을 뜻함 해양세력은 바다로 나서 어떻게든 다른 세상과 인적·물적 교류를 해야했다. 바다가 시끄러워지자, 중국은 '널빤지 하나도 바다에 띄우지 않겠다'는 식의 해금령으로 문을 걸어잠궜다. 19세기 말 제국열강들이 총칼로 문을 열어제꼈을 때 드러난 중국의 현실은 물질문명에서 한참 뒤쳐져있었다. 중국은 19~20세기에 걸쳐 '뒤떨어짐'을 경험하면서 결국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요즘 성화봉송을 저지하는 세계 각국 시위대를 비난하는 중국 언론은, 이 감정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올림픽으로 마침내 지난 세기의 치욕을 떨치고 다시금 세계 최강으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는데, 이를 시기하는 서방에서 훼방을 놓는다는 논리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중국의 최근 눈부신 발전에 대한 해석이다. 정화의 원정처럼 '중국식대로 해도 괜찮다'라는 내용일지, 혹은 다른 세계와의 교류를 좀 더 추진해볼지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적어도 올림픽은 전세계에 문을 한차례 활짝 열어젖히겠다는 약속이다. 머지않아 유례없는 규모의 외국인들이 지구촌 인구들의 눈과 귀를 이끌고 베이징에 들이닥친다. 시간이 많지 않아, 요즘 중국 정부의 태도가 더욱 불안해보인다.

과연 성화를 무력으로 끌 수 있을까?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성화봉송에선 '수중봉송'까지 등장했다. 2000년 6월 27일 해양생물학자 웬디 크레이그던컨이 오스트레일리아의 Great Barrier Reef 물속에서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과연 성화를 무력으로 끌 수 있을까?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성화봉송에선 '수중봉송'까지 등장했다. 2000년 6월 27일 해양생물학자 웬디 크레이그던컨이 오스트레일리아의 Great Barrier Reef 물속에서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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