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쯔핑푸댐 붕괴·여진 등 악재 남아
정부 대책 없어 불만 폭발할수도
정부 대책 없어 불만 폭발할수도
리안더는 나무에 매어 놓은 얇은 비닐과 우산으로 지붕을 대신한 임시 피난처에 앉아서 푸념을 늘어놨다. “어쩔 수 있겠어요. 집이 무너졌는데 ….” 지진은 중국 쓰촨성의 관광도시인 두장옌(도강언)에 있는 그의 가게와 집을 완전히 가루로 만들었다. 일곱 식구의 가장인 그는 “정부가 뭔가 해주지 않겠어요”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얼굴엔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쓰촨성 대지진의 진앙지 인근인 두장옌에서만 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은 최소 수만명에 이른다. 두장옌 공원에 약 100가구가 임시 텐트에서 열악하게 생활하고 있으며, 수천명이 체육관에 기약 없이 대피 중이다. 지진으로 약해진 쯔핑푸댐이 무너지면 63만 두장옌 시민 모두 이재민이 될 수도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5일 리안더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중국인들이 지진 이후 ‘홈리스’로 시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지진 속에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삶의 터전인 집을 잃은 이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중국 민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약 50만채에 이르는 주택이 무너졌고 밝혔다. 여기에 여진 등으로 추가 붕괴 가능성 때문에 집을 비운 이들을 합하면 이재민은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두장옌시 이외에도 곳곳에서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인구 150만명이 사는 야안시의 경우 현재까지 1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돼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으나, 이재민은 4만명이나 된다. 영국 <비비시>(BBC)는 “양시에서도 집을 잃은 수천명의 이재민이 체육관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크고작은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홈리스가 생겼다. <차이나 데일리>는 1988년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이 윈난성에서 발생했을 때 주택 40만채가 파괴됐으며, 95년 윈난성에서 리히터 규모 6.5 지진으로 17만명의 홈리스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생존 매몰자 구출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이재민들에 대한 눈에 띌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보도하기로, 중국 정부의 조처는 지난 13일 지진 피해지역에 텐트 6만600개를 보낸 정도다. 현재 재난 복구에 배정·집행된 예산 3억6천만 위안 중에서 주거와 관련된 예산은 거의 확보도지 않은 상태다. <에이피> 통신은 “조만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재민들의 불만도 증폭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진으로 잿더미가 된 고향을 아예 등지는 이재민들도 있다. 지진에 집을 잃은 팡보허 부부는 두장옌을 빠져나와 청두 공항으로 가는 차를 잡아탔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야죠. 그때까지는 상하이에 있는 아들집에 머물 겁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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