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족은 어디에 / 중국 쓰촨성 지진피해 현장에서 구조된 피난민들이 21일 쓰촨성 몐양 지우저우체육관에서 실종 가족을 찾는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몐양/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민간인 출입 자제요청 불구 꼬리문 행렬
가족찾는 쪽지·방송 등 이산가족 방불
가족찾는 쪽지·방송 등 이산가족 방불
장춘마오(46)는 21일 중국 쓰촨성 몐양에서 베이촨으로 들어가는 트럭에 올라탔다. 적십자사 회원들이 모는 트럭 한 구석에 비집고 들어섰다. 고향에 두고 온 아들 춘푸(22)의 소식이 이번 지진 이후 끊겨,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그는 “벌써 열흘째 소식이 없어 애가 탄다”며 “혹시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이 넘으면서 매몰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하지만 가족들을 찾아 고향으로 향하는 애타는 대장정은 계속되고 있다. 최대 피해지역의 하나인 베이촨에는 가족을 찾아 몰려드는 인파가 하루 수천명에 이른다.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나갔던 이들은 급한 마음에 물과 간단한 식량, 손전등 등만 든 채 발길을 재촉한다. 민간 출입이 통제되는 위험한 도로를 마다하지 않고 때로는 며칠씩 걷기도 한다. 당국은 여진과 건물 붕괴로 인한 추가 피해를 우려해, 피해지역 출입 자제를 촉구하고 있으나 이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한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살던 구이이는 버스와 기차, 도보로 엿새 만에 고향 베이촨에 도착했다. 물과 과자를 넣은 가방을 맨 그는 건물더미를 헤치며 노부모를 찾고 있다. 그는 “이 지역이 아직도 위험하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으면 평생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가슴아파했다. 광둥성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주오춘훙(26)도 베이촨에서 5살 난 아들과 조부모 등 7명을 찾고 있다. 그는 “광둥의 집에서는 아무 소식도 들을 수 없어 여기에 왔다”며 “멀리 떠나 늘 아들을 걱정했지만, 이곳에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베이촨에서 피난온 난민들이 몰려 있는 몐양시 지우저우 체육관 앞 게시판에는 실종자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쪽지가 널려 있다. 주변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천막을 치고 난민들의 헤어진 가족 찾기를 돕느라 한창이다. 텔레비전 방송마다 ‘누가 누구로부터 연락을 기다린다’는 자막을 내보낸다. 친구·가족·전우를 찾는 사연들이다. 20일 현재 당국이 공식집계한 실종자는 3만2361명이다.
몐양·청두/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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