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괴한이 흉기 휘둘러
올림픽을 맞아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이 대낮에 중국인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
9일 낮 12시20분께 베이징 구궁(자금성) 주변 구러우(고루)를 둘러보던 미국인 부부와 중국인 안내원이 40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남편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부인과 중국인 안내원은 크게 다쳤다. 괴한은 범행 직후 40m 높이의 구러우 2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인 부부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남자배구 대표팀 코치의 장인·장모로 밝혀졌다. 미국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이 사고로 배구 대표팀이 큰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범인은 저장성 항저우 출신의 탕아무개(47)로 확인됐으나,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외국인, 특히 미국인이 흉기로 공격을 받기는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외국인을 겨냥한 증오범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피해자들이 당시 미국대표단을 암시하거나, 미국인임을 나타내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인이 공격을 받아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은 9일 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미국인 관광객을 위문하고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러우는 자금성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명소 가운데 하나다. 주변에 베이징의 옛골목 ‘후퉁’이 잘 보존돼 있고, 외국인을 겨냥한 상점들도 늘어서 있다. 중국 관광업계는 올림픽 기간에 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베이징을 찾을 것으로 추산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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