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사진)
대만 검찰, 출금조처…민진당 ‘독립노선’ 위축
국가기밀비 유용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이 9억여대만달러(300억원)를 외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대만 정계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천 전 총통의 몰락은 대선 패배 이후 곤경에 처한 민진당의 대만 독립노선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검찰은 16일 천 전 총통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5억대만달러가 든 비밀계좌 넷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들 계좌는 각각 2000년과 2005년 개설된 것으로 모두 현금으로만 거래됐으며, 한번에 5천만대만달러가 입금된 기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전 총통과 부인 우수전의 출국을 금지했다. 전임 총통이 출국금지 조처를 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우수전과 오빠 우징마오가 비밀계좌 운영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을 대질심문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미국에 체류 중인 천 전 총통의 아들 부부에게도 귀국을 요청했다. <대만빈과일보>는 천 전 총통의 며느리 황루이징의 크레디스위스은행 계좌에 2천여만달러를 확인했고, 5천만달러에 이르는 천 전 총통의 국외 비밀계좌가 또 발견됐으며, 최근 이 계좌에서 1700만달러가 인출됐다고 18일 보도했다.
검찰은 이들 비밀계좌가 외교 공작과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긴 검은돈을 세탁하는 데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비밀계좌를 확인한 결과, 다수의 거래가 파푸아뉴기니 비밀 외교공작 시기와 대만 국영·민영 은행의 합병 시점과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이들 계좌에 대한 수사를 대만 검찰에 의뢰했다.
천 전 총통은 앞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통 자리에서 물러난 뒤 공적인 활동 경비로 쓰려고 타이베이 시장 선거와 총통 선거를 치르고 남은 돈 중 9억여대만달러를 아내인 우수전을 통해 국외로 송금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우수전은 “이들 돈은 변호사 수임료와 선거 기부금, 투자 수익 등 천씨 가문의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전 총통은 15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소속 정당인 민진당을 탈당했다. 민진당은 즉각 당기율위원회를 열어 천 전 총통 부부의 당적을 박탈했다. 이들 자금의 불법성이 확인되면 천 전 총통은 최고 7년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김외현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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