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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유학생들, ‘한국인이 중국 배척하고 무시’

등록 2008-08-27 08:52수정 2008-08-27 14:02

중국 응원단들이 지난 14일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오성홍기를 흔들며 중국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중국 응원단들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의 상대방 선수와 팀들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베이징/AP 연합
중국 응원단들이 지난 14일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오성홍기를 흔들며 중국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중국 응원단들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의 상대방 선수와 팀들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베이징/AP 연합
“중국에 햄버거 있냐, 핸드폰 있냐 물어봐 화나”
한국학생들이 교류 꺼려…한국 이해 기회 적어
화려한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의 사랑 이야기, 정갈한 한식 밥상에 고운 한복 차림의 여인들이 나누는 격조높은 대화 ….

중국에 수출된 ‘한류’ 드라마들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많은 중국인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한국’에 대한 실망을 털어놨다.

최근 중국으로 돌아간 한 석사 졸업생(27)은 “처음엔 한국이 무척 발전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딱히 남아 있는 인상이 없다”며 “사회적인 포용력도 없고, 낡은 전통에 구애받는 현실에 많이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1년째 유학하고 있는 한 학생(21)은 “한국에 살아 보니 멋진 젊은이들은 다들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은 한국 사회가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기면서, 중국을 무시한다는 데 대한 분노가 컸다. 1년 반 전에 한국에 온 한 유학생(19)은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햄버거 있냐’ ‘중국에 휴대전화 있냐’를 묻는다”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중국을 아무렇게나 평가하는 걸 들으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상하이 출신의 한 석사과정 유학생(24)은 “상하이는 국제적인 도시다. 서울보다 나은 부분도 많다”며 “한국인들은 상하이가 서울보다 우수하다는 조사가 나오면 이상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갖게 된 중국 학생들이 한국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를 고쳐볼 기회를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다수 중국 출신 유학생들은 “한국인과 교류해본 적이 별로 없다”고 토로한다. 한국 대학생 다수가 영어를 배우거나 연습하기 위해 영미·유럽권 학생들과 어울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 ‘무리’에서 배제된 중국 유학생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니기 일쑤다.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중국인이라고 해서 한국 사회·문화를 제대로 이해한다고 보기는 힘들 정도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 유학생이 3만4000여명에 달해, 전체 유학생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현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중국 유학생들의 한국 사회 진입 장벽은 높아서 사회 진출을 통한 교류·이해도 한계가 있다. 중국 유학생을 채용하는 기업이 원체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이들을 받아들이는 기업들도 주로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보다는 기업 적응과 중국시장 인식 등을 요구한다.

한국에 오는 중국 유학생들의 목적이 ‘한국 사회 이해’가 아닌 탓에, 이들과 한국 사회의 단절은 불가피하다. 한국에 매료돼 유학 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다른 곳보다 학비·생활비가 덜 들어서 △입학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서 △가까워서 등을 한국 유학의 이유로 든다. 일부 대학들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무분별한 중국 유학생 유치에 나서 상호 이해를 더욱 멀게 만들고 있다. 능력 있는 학생들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한국 대학에 입학해 국제사회 진출을 꿈꾸고, 이 때문에 한국 사회와의 교류는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중국 유학생들의 과도한 민족주의적 태도가 지적받기도 한다. 유학생들을 직접 접촉하는 교육 관계자들은 “중국 학생들의 중화의식이 지나칠 때가 많다”고 답답함을 털어놓는다. 배타적인 민족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중국 중심적 세계관’ 탓에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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