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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이젠 내수시장 육성”…중부 집중개발 ‘실험’ 한창

등록 2008-08-27 21:01

지난 19일 우한시 동후경제개발구에 위치한 화리환경보호기술유한공사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생분해플라스틱(PLA)를 원료로 환경친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19일 우한시 동후경제개발구에 위치한 화리환경보호기술유한공사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생분해플라스틱(PLA)를 원료로 환경친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시 가본 남순 강화
1. 개혁개방의 진화- 우한
축제는 끝났다. 중국 개혁개방 30년의 ‘초대형 전시장’ 올림픽이 끝나면서 중국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은 1980년대 말에도 큰 위기를 맞았었다. 급격한 개혁개방의 부작용인 인플레이션과 정치·사회적 불안은 천안문 사태로 이어졌고,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다. ‘사회주의’로 돌아갈 것이냐, ‘자본주의’를 밀고 나갈 것이냐, 격론이 벌어지던 1992년, 당시 88살의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우한-선전-주하이-상하이를 차례로 시찰한 뒤 ‘남순강화’를 내놓았다. 키를 개혁개방 쪽으로 돌려 전진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강력한 명령이었다. 2008년, 중국경제 위기론 속에 남순강화 현장을 다시 돌아봤다. 개혁개방 30년을 맞아 고민에 빠진 중국 경제의 현장을 살폈다.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중심 ‘1세대 개혁개방’ 빨간불
외자-인재-물류 연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승부수
빈부·도농·지역 격차 등 해소할 ‘중부굴기’ 바람몰이

창장(양자강)의 허리를 품고 있는 후베이성 성도 우한의 한커우 중심가. 50층 넘는 대형 고층빌딩들이 곳곳에 솟아 오르고 있다. 지하철과 창장 지하터널 공사도 한창이다. 3년 안에 총면적 45만㎡ 규모의 초대형 전시관과 호텔 단지도 들어선다.

개혁개방 30년 동안에도 잠자던 중국 내륙의 중심, 우한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중부굴기’(中部崛起) 실험이 새 바람을 몰고 왔다. 내수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면서 내륙지역을 개발하고, 농촌 인구를 급격하게 도시로 흡수하면서 농촌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다목적 포석인 중부굴기가 해법으로 등장한 것 이다.

19세기 내륙항으로는 유일하게 개방된 우한은 중국 공업화의 선두주자였다. 중국 3대 철강기업인 우한철강과 우한조선, 동펑자동차는 이곳의 자랑이다. 1992년 1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후 우한은 경제개발의 물결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덩샤오핑의 ‘선부론’에 따라,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수출산업 육성 전략이 전개되면서, 내륙 지역은 설자리를 잃었다.

최근 이런 ‘1세대 개혁개방 모델’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우한을 비롯한 내륙지방에 새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의 공장’ 광둥성 둥관에선 외자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중소 제조업의 발상지인 저장성 원저우에서는 기업 4만여개가 도산했다. 올 상반기 연해 지역에서만 6만7천여개 기업이 도산했다.

위안화 환율 급상승, 올 1월 새 노동계약법 도입 이후 노동비용 인상, 원자재값 고공행진 등의 내적 요인에 세계 경제의 추락으로 수출시장도 급격히 위축되면서 저임금과 수출 중심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여기에 물가급등, 빈부·지역·도농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안 등 개혁개방 30년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중국은 진화된 ‘2세대 개혁개방 모델’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우한사무소 국제담당인 후후이쥔은 “중부굴기 정책으로 우한은 내륙지방 발전의 용머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많은 외자기업들도 1천만 인구와 풍부한 인재, 창장 중류의 편리한 물류 여건을 갖춘 내륙 최대도시 우한을 중시한다”며 “우한시는 자원절약, 환경보호형 산업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남북과 동서를 관통하는 베이징~광저우, 롄윈강~우루무치 철도·고속도로가 우한을 통과하고 있어 물류 여건도 좋다.

중부굴기가 한창인 우한성 한커우 중심가, 개발붐을 타고 곳곳에 새로 지은 고층건물들이 눈에 띈다.
중부굴기가 한창인 우한성 한커우 중심가, 개발붐을 타고 곳곳에 새로 지은 고층건물들이 눈에 띈다.
실제로 우한에는 대규모 투자가 몰리고 있다. 광둥에서 대규모 공장을 가동해온 대만 전자업체 폭스콘(푸스캉)이 40억달러를 투자해 종합생산기지를 짓기로 했다. 직접고용 인원만 20만명 규모다. 한국의 에스케이도 시노펙과 합자해 40억달러 규모의 에틸렌 공장을 우한 남부 경제특구에 짓기로 올 5월 계약을 맺었다.

우한 시정부는 연안지역에서 내륙으로 들어오려는 국내외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발벗고 뛴다. 2010년까지 100만TEU 처리 능력을 갖춘 콘테이너항을 건설 중이고, 폭스콘 공장과 우한강철 사이를 잇는 철도도 건설 중이다.

우한시에는 1980년대 말 지정된 국가급 경제특구인 한양경제개발구와 동후경제개발구 외에도 20여개의 시급 공업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한양개발구에는 프랑스 시트로엥과 동펑자동차 합작 공장 등 중공업 기업들이, 동후경제개발구에는 대규모 광케이블 기업과 환경보호산업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2006년 1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우한 창페이 광케이블을 방문했다.

동후경제개발구에서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화리환경보호기술유한공사의 장셴빙 대표이사는 “싼 가격보다는 제품의 질로 승부하기 위해 베이징대와 칭화대, 우한 공대 등 출신의 고급 연구인력 30명이 신제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며 “한국 바이어들이 아직도 중국산 제품을 싸구려로만 인식하는 데 변화를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한의 화려한 용틀임에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트라 우한무역관 성병훈 관장은 “프랑스에 이어 올해 미국도 영사관을 개설하는 등 과거에 비해 활력이 넘친다”면서도 “큰 빈부격차와 주변 농촌의 낙후 탓에 인구에 비해 구매력과 내수시장이 취약하고, 잠재력에 비해 발전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의 운전기사로 일한다는 푸차오(29)는 “시내 안에서도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의 차이가 매우 크다”며 “대학을 졸업해도 월급이 1200위안(19만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내수시장 성장에는 노동·빈부·지역 격차 해결이 필수다. 우한과 반경 100㎞ 이내의 주변도시들을 묶어 인구 4천만명 규모의 대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이 추진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한에서 벌어지는 실험의 성패는 개혁개방시대 2단계를 열어야 하는 중국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출발점 우한에서 중국 경제의 새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우한/글·사진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중국 개혁개방 30년 경제개발계획 진화
중국 개혁개방 30년 경제개발계획 진화

후베이·후난 등 낙후된 6개 성 발전정책

‘중부굴기’란

‘중부굴기’는 중부가 발전해 떨쳐 일어난다는 의미다. 후베이를 비롯해 후난, 산시, 허난, 허베이, 안후이 등 낙후된 중국 중부 6개성을 집중 개발하는 정책이다. 2006년 중국 정부의 국가전략으로 정식 채택됐다.

중국 국토의 10.7%를 차지하는 땅에 인구의 약 30%인 3억6천만이 모여 사는 이 지역은 그동안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의 대명사였다. 1978년 시작된 중국 개혁개방의 물결이 연해지역 개발, 서부대개발, 동북3성 재건을 거치며 연평균 10%의 고도성장을 이뤄내는 동안, 이 지역은 성장의 물결에서 멀어져만 갔다.

중국 정부가 지역·빈부격차 해소와 과학발전관을 강조하면서 물결이 바뀌기 시작했다. 2005년 2월 “중부지역의 발전 없이는 진정한 지역 간, 도농 간의 협력적 발전을 실현할 수 없고, 과학발전과 조화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보고서가 나왔다. 2007년 3월 27일, 후진타오 주석이 ‘중부굴기 공작회의’를 주재하면서 중부굴기 계획을 전면 공식화됐다.

중부굴기의 핵심 프로젝트는 △신속한 도시화 추진 △사회기반시설 확충 △지역특화산업 육성 △농촌지역 개혁 등이다. 중부 내륙 3억6천만 인구 가운데 68%가 농촌인구인 현실에서 우한과 창사(후난성) 정저우(허난)와 주변도시를 대도시로 개발하고, 주변 농촌의 농민들을 도시로 끌어내 산업 노동력으로 변모시키면서 내수시장도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중부굴기가 추진된 2007년 이 지역의 평균 성장률은 13.5%로 전국 평균 성장률 11.4%를 웃돌았다. 연해지역의 절반 수준인 낮은 임금, 석탄·몰리브덴 등 풍부한 지하자원도 강점이다.

그러나 투자 위험 요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값싼 노동력을 최고의 자산으로 내세우지만 숙련 노동력 확보는 어렵다. 우한공장에서 산업용 보일러를 생산해 중국 전역에 공급하는 ST보일러의 김영기 사장은 “월 1천위안 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력은 많지만, 숙련 노동력은 부족하고 이직도 심해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며 “노동계약법 실시 이후 임금이 15~18% 올랐다”고 말했다.

전국 절대빈곤 인구의 26%가 이 지역에 모여있는 등 내수시장 성장이 어렵고, 대규모 투자가 들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연해지역 투자의 절반 수준인 점 등 숙제는 많다.

우한/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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