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도 당당하게 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을 다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6일 쓰촨성 대지진 참사 현장에 임시로 건설된 정착촌에서 TV로 베이징장애인올림픽 개막식 장면을 지켜보던 셰셰(謝謝.23)는 감동에 떨면서 눈에 생기가 돌았다고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가 7일 보도했다.
몐양(綿陽)시 안(安)현에서 고교 졸업 후 농사를 짓다 지진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셰셰는 특히 베이촨(北川)지진 현장에서 왼쪽 다리가 잃고 발레리나의 꿈을 접어야 했던 12살짜리 소녀 리웨(李月)가 개막식에서 휠체어를 타고 발레를 하는 모습을 보고 생의 의욕을 잃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리웨는 장애인 발레단과 호흡을 맞추면서 꿈에 그리던 '발레 왕자' 뤼멍(呂萌.23)과 함께 발레를 해 평생 소원을 이루며 장애인은 물론 13억 중국인에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장애인 영웅들이 떠오르고 장애인이 일반인과 조화를 이루는 개막식 공연은 셰셰를 비롯한 37만에 달하는 쓰촨 대지진 부상자들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의 장애인들에게 끔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역시 지진 피해가 심했던 칭촨(靑川)현 황핑(黃平)진에 사는 스광우(36)는 오른 손이 거의 없고, 그의 부인은 청각 장애인이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이던 조그만 가게도 부서졌지만 장애인올림픽을 계기로 "장애가 있더라도 마음만 잃지 않으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밝게 웃었다.
장애인올림픽 개막식이 몇 주 전의 올림픽 개막식에 비해 감동이 진했던 것은 장애인 영웅들의 아름다운 인간 승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개막식에서 천상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음색으로 '톈위(天域)'을 열창, 관중을 매혹시킨 시각 장애인 가수 양하이타오(楊海濤.26)도 휴먼 주인공의 한 명이었다.
그는 안마사 출신으로 한 번도 정식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전업가수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영국의 시각 장애인 가수 폴 포츠를 떠올리게 했다.
개막식에서 장애인올림픽 주경기장의 성화대에 점화한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챔피언 허우빈(候斌)은 감동 스토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중국 최초의 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시각장애인 핑야리(平雅麗)로부터 성화를 전달받은 호우빈에게 시선이 집중된 관중석이 술렁였다. 장애인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도 나왔다.
한쪽 다리가 없어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 그가 자신의 휠체어에 연결된 로프를 직접 손으로 잡아당기며 숨막히는 긴장 속에 70여m의 성화대에 다다라 불을 붙이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차별과 천대 속에 살아 온 중국 장애인들에게 이날은 생애 최고의 날 중에 하나였고 장애인들은 마음속으로 "오늘만 같아라"하고 빌고 또 빌었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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