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군사박물관에서 한국전쟁 기념관이 조용히 철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군사박물관 측은 20일 "올림픽을 앞둔 올해 초 상부의 지시를 받고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관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이란 뜻의 항미원조 전쟁은 중국군이 참전한 한국전쟁을 뜻한다.
이 곳에서는 지난 7월부터 손자병법전과 중국고대군사문물정품전 등 중국 전통을 강조하는 전시회가 대신 열리고 있다.
중국은 참전 50주년인 2000년부터 이 박물관에 항미원조 전쟁관을 설치해 김일성, 마오쩌둥(毛澤東)의 친필 문건을 비롯해 전쟁관련 자료 1천여점을 전시함으로써 '미국의 조선 침략'을 선전하고 북중 우호를 과시해 왔다.
이번 폐쇄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의 대결을 상징하는 이 전쟁관을 일시 철거함으로써 외국인 관광객에게 반미주의 정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복원 계획이 잡히지 않고 있어 반미주의의 쇠퇴라는 시대적 조류를 반영해 영구적으로 폐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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