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 수입·판매금지…원자바오 총리 “책임통감” 사과
중국발 ‘멜라민 오염 식품’ 피해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로 끝 모르게 확산되고 있다.
각국에 수입된 중국산 식품에서 멜라민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 유제품·과자 수입 금지 조처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브룬디, 케냐, 콜롬비아 등 최소 14개국이 중국산 유제품·과자류에 수입·판매 금지 조처를 내렸다. 홍콩 식품안전당국도 24일 검사를 실시한 중국산 식품 중 67종에서 위험 수준의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발표하고, 기준치를 6배나 초과한 화이트 래빗 상표의 우유 사탕 판매를 금지시켰다.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도 자사 매장에서 화이트 래빗 우유 사탕을 회수했다. 유럽연합(EU),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도 중국산 식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문제가 된 제품을 회수하고 있다.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자,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국제사회를 향해 사과했다. 원 총리는 23일 뉴욕에서 미국의 우호 단체들이 공동으로 개최한 환영 오찬에서 굳은 표정으로 “중국에서 발생한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소비자와 어린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사회적인 악영향을 끼친 데 대해 중국 정부의 책임자로서 매우 참담함을 느끼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4일 ‘멜라민 분유’ 파문의 진원지인 싼루사가 지난 6월 대만에 판매한 분유 25t이 멜라민에 오염됐다고 밝혔다. 싼루사의 제품에서 이날 영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세균인 사카자키균까지 검출됨으로써 이 회사를 비롯한 중국 분유업계의 총체적 관리 부재 의혹이 커지고 있다. 쑨정차이 중국 농업부장은 “원유 생산 중간단계에서 정부 당국의 관리는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며 관리 소홀을 인정했다.
특히 싼루사가 지난해 12월부터 멜라민 분유에 대해 알고도 이를 숨겼고 8월2일 보고를 받은 스자좡시의 관리들이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발표가 나오자,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위해 이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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