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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1위안에 200원시대…중 교민들 “못살겠다”

등록 2008-10-07 14:32

설렁탕 한그릇에 1만원…귀국 러시속 기러기 아빠 속출

원화가치 급락으로 환율이 1위안당 200원을 돌파함으로써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안화 대 원화 환율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1위안에 125원 안팎이었으나 7일 현재 196원까지 치솟았고 현찰을 살 때의 환율은 209원으로 200원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원화로 100만원을 송금받으면 7천500위안 정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4천800위안도 안 되는 돈밖에 쥐지 못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

환율 쇼크 탓에 상당수 교민은 더는 중국에서 살기가 어려워졌다며 귀국을 서두르고 있고 비자 문제 때문에 일시 귀국했던 유학생들은 중국으로 돌아오는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실제로 올림픽 기간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데다 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교민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환율 급등으로 중국 생활을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임기를 마쳐야 하는 기업 주재원들은 실질소득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녀과 아내를 귀국시키고 혼자 기러기 아빠로 지내야 할 형편이 됐다.


3년 임기 중 2년을 베이징에서 보낸 기업 주재원 김모씨는 "자녀 둘을 국제학교에 보내왔으나 환율이 너무 올라 자녀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내와 자녀를 서울로 돌려보내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학생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꼭 학위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 중국어가 취직에 도움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어학연수를 온 학생들은 비자문제로 귀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눌러앉는 경우가 적지 않다.

6개월째 어학연수를 하는 김모씨는 "서울에서 100만원을 보내주면 이젠 5천위안도 손에 쥘 수 없게 됐다"며 "물가를 고려하면 중국에 어학연수를 오는 메리트가 사실상 없어진 셈"이라면서 2학기가 끝나면 곧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쇼핑과 외식을 줄이고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베이징의 쇼핑몰을 찾았던 박모(여·32)씨는 옷을 사려다 결국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박씨는 "200위안짜리 옷은 얼마 전까지 3만원 정도였지만 이젠 4만원이 넘는 것"이라면서 "환율을 계산하면 선뜻 지갑을 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환율 쇼크를 피부로 더 크게 느끼는 주부들은 두사람만 모이면 치솟는 환율 걱정이 입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주부들 모임에 참석했던 한 교민은 "얼마 전까지 130원대였던 환율이 이젠 200원이 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서 "설마 200원까지 가겠느냐고 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만큼 지출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환율이 급등하자 베이징에서 한 그릇에 40~50위안짜리 설렁탕과 김치찌개는 8천원에서 1만원짜리 고급 음식이 돼 버렸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이 5천~6천원선인 서울 물가마저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내려 교민들도 너나없이 지출을 줄이면서 한인업소의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이징의 한인촌인 왕징(望京)에서 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한국인 업주는 "환율이 너무 올라서 이젠 가격경쟁력이 없어졌다"면서 "가족 단위로 외식하는 손님들도 많이 줄어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은 교민 사업가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물건을 수출하거나 돌파구 모색 차원에서 사업을 준비 중인 교민 사업가들이 피부로 느끼는 환율상승은 거의 살인적인 수준이다.

국내에 기반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교민 사업가들은 늘어나는 제작원가와 현지 직원 인건비 상승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상회 관계자는 "교민 사업가들은 원화의 변동에서 누구든지 자유로울 수 없어서 인건비와 제작원가, 투자비의 실질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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