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정부 설문…대중 독립투쟁 강화할 듯
티베트 망명정부가 향후 중국에 대한 투쟁노선을 결정할 특별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티베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독립노선을 지지하는 이들이 자치노선을 지지하는 이들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8일 전했다.
카르마 초펠 티베트 망명정부 대변인은 최근 중국의 티베트인들을 대상으로 비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만7천명 가운데 5천여명이 ‘완전한 독립’을 원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런 수치는 중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한 ‘고도의 자치’를 원한다는 응답자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응답자 가운데 8천여명은 달라이 라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따를 것이라고 답해 달라이 라마에 대한 충성심이 여전히 굳건함을 보여줬다. 달라이 라마는 그동안 티베트의 독립보다는 자치를 추구했으나, 최근 이 노선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설문조사 시기와 문항, 표본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티베트인들의 특별회의는 17일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려 6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티베트 망명정부와 망명단체 대표 등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향후 중국에 대한 투쟁 노선을 논의한다. 달라이 라마는 “모든 티베트인들이 평등과 협력, 공동의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행동 방향을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에 앞서 중국 정부와 협상했던 달라이 라마의 특사단은 회담이 실패로 끝났다고 밝혔다. 특사단은 중국 헌법에 티베트의 자치권 부여와 자치정부 구성에 관한 원칙 명시, 티베트의 언어와 문화 보호, 한족의 티베트 이주정책 중단 등을 요구했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주웨이췬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상무부부장은 “티베트는 국가가 될 수 없으며 고도의 자치도 누릴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회의에선 티베트의 독립을 향한 한층 공격적인 노선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라싸의 분리독립 시위가 무력 진압된 이후 티베트인들 사이에선 달라이 라마의 협상 노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삼동 린포체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개회사에서 “우리의 새로운 노선은 티베트인들의 분명한 위임을 받은 것이어야 한다”며 “노선 변경이 반드시 이번 회의에서 결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회의가 ‘대표성을 갖지 않은 모임’이라고 일축하면서도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도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최근 중국이 이번 회의를 베이징 올림픽 당시 티베트인들의 ‘대장정 시위’와 비슷한 반중국 집회로 규정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원천봉쇄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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