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지진 피해 부모들
2008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해를 장식했던 사건들도 잊혀져 간다. 그러나 여파는 세밑을 앞둔 지금도 계속된다. 2008년을 격동시켰던 사건들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의 현 주소와 사건의 여파를 추적한다. 편집자
당국, 분노 달래려 벌금 없는 둘째 허락
임신 허가 신청 봇물…노후 불안도 원인 베이징 올림픽을 불과 석 달 앞둔 지난 5월12일 중국 남서부 ‘파촉의 땅’ 쓰촨성에서 진도 8.0 규모의 강진이 일어났다. 지진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학교들이 무너졌고 수업 중이던 어린 학생들이 깔려 숨졌다. 전체 사망·실종 9만여명 가운데, 희생된 학생들은 8천여명으로 집계된다.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인구통제를 위해 산아제한(계획 생육 정책)을 실시해 왔다. 숨진 학생들은 대부분이 외아들이거나 외동딸이었다. 하나뿐인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슬픔은 컸다. 학교 건물 수천개가 무너진 원인이 부실공사라는 분석이 나오자 슬픔은 분노로 변했다. 예산 대부분이 건축·행정·교육 당국자들에게 뒷돈으로 건네져 정작 학교 건물을 지을 돈은 모자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모들은 정부를 상대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겉으론 철저한 조사와 관련법 개정을 약속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들의 언론 접촉을 차단시켰다. 돈을 주며 부모들이 시위에 나서지 못하도록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부가 내놓은 제안에는 애초 하나 이상의 아이를 두면 내도록 돼 있는 벌금을 덜어준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진 피해로 자녀가 숨지거나 심하게 다친 부모들에게 ‘벌금 없는 둘째’를 허락한 것이다. 벌금이 무서워 호적에 올리지 않고 숨겼던 아이들을 입적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부모들은 다시 아이를 갖기로 했다. 지진 발생 뒤 6개월 동안, 피해가 극심했던 베이촨현에선 817쌍이 임신 허가를 신청했다. 학생 수백명이 희생됐던 두장옌에선 이미 100쌍 이상이 새 아이를 가졌고, 800쌍 이상이 임신을 희망하며 ‘가족의 복원’을 꿈꾼다. 불임 시술을 한 부부들은 ‘복원’ 수술을 했다. 희생자 가족에 전달된 성금은 수술비 형태로 병원으로 돌아왔다. 나이가 너무 많은 부부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희생자 부모들이 다시 2세 출산에 몰두하는 것은 중국의 불완전한 사회안전망 탓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지적했다. 노후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자식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이촨현의 지진 피해자 가운데 배우자를 잃은 614명이 재혼했다고 <인민일보>가 지난 12일 보도했다. 의지할 곳을 잃은 사람들의 절박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앞으로 3년 동안 피해 복구 비용으로 1조위안(약 192조원)이 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해현장 여러 곳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수백만 피난민 가운데 약 53만명은 이미 닥쳐온 겨울을 천막에서 보내야 할 판이다. 쓰촨성 당국은 이달 초 피해지역 일대에 솜이불 360만장과 솜옷 360만벌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12월23일자 한겨레 주요기사] ▶“태안배상 50억만” 삼성중공업의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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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다시 아이를 갖기로 했다. 지진 발생 뒤 6개월 동안, 피해가 극심했던 베이촨현에선 817쌍이 임신 허가를 신청했다. 학생 수백명이 희생됐던 두장옌에선 이미 100쌍 이상이 새 아이를 가졌고, 800쌍 이상이 임신을 희망하며 ‘가족의 복원’을 꿈꾼다. 불임 시술을 한 부부들은 ‘복원’ 수술을 했다. 희생자 가족에 전달된 성금은 수술비 형태로 병원으로 돌아왔다. 나이가 너무 많은 부부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희생자 부모들이 다시 2세 출산에 몰두하는 것은 중국의 불완전한 사회안전망 탓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지적했다. 노후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자식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이촨현의 지진 피해자 가운데 배우자를 잃은 614명이 재혼했다고 <인민일보>가 지난 12일 보도했다. 의지할 곳을 잃은 사람들의 절박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앞으로 3년 동안 피해 복구 비용으로 1조위안(약 192조원)이 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해현장 여러 곳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수백만 피난민 가운데 약 53만명은 이미 닥쳐온 겨울을 천막에서 보내야 할 판이다. 쓰촨성 당국은 이달 초 피해지역 일대에 솜이불 360만장과 솜옷 360만벌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12월23일자 한겨레 주요기사] ▶“태안배상 50억만” 삼성중공업의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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