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학생·농민 등 ‘08헌장’ 인터넷 서명 확산
정부, 인터넷 접속 차단·수사 등 ‘불끄기’ 나서
정부, 인터넷 접속 차단·수사 등 ‘불끄기’ 나서
세계적인 경기침체 한파에 직면한 중국에서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저명한 지식인과 반정부 인사 303명이 공산당 일당독재 종식을 요구하고 나선 이른바 ‘08 헌장’에 대한 인터넷 서명운동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제껏 지식인들의 고발에 머물렀던 개혁 요구가 대중 속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상하이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한 여성이 ‘08 헌장’에 서명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중국 전역에서 8100여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헌장의 내용에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며, 결심을 하기 전까지 마음으론 이미 수백 번 서명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세계인권선언 60돌을 맞아 발표된 중국 지식인들의 연대선언문인 이 헌장은 “중국 국민들은 자유와 평등·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며, 민주와 공화주의 헌법이 현대정치의 기본제도라는 점을 점차 깨닫고 있다”며 집회·결사·언론·종교의 자유를 요구했다.
‘08 헌장’의 초기 인터넷 서명자는 교수나 변호사·작가 등 주로 지식인에 머물렀다. 지금은 회사원·교사·기술자·학생·농민 등 정치개혁에 무심했던 대중들도 동참하고 있다. 샤오창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일반인들이 공산당에 반대하는 정치적 문건에 서명하는 이례적 현상을, 일종의 시민운동이 태동한 것으로 풀이했다.
국영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시청을 거부하자는 지식인들의 선언도 동감을 얻고 있다. 학자·변호사 등 22명은 지난 12일 인터넷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중앙텔레비전이 뉴스 전달보다는 선전에 치중하고 있다”며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접속하지 않고, 말하지도 않는다’는 4대 거부운동을 제안했다. 국영방송의 언론 통제에 공개적으로 도전한 성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중국은 천안문 사태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지난해 10월부터 기업 파산과 공장 폐쇄가 잇따르면서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들의 귀향길에 오르고 있어 민심의 동요가 사뭇 우려스런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08 헌장’이 발표된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고, 작가 류샤오보와 정치평론가인 장주화 등 몇몇 서명자를 끌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구이저우성에서도 3명의 민주인사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방송 시청 거부운동과 관련된 글들도 인터넷에서 삭제되고 있다. 당국의 인터넷 통제는 최근 부쩍 강화되고 있어, 중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연설 전문을 게재하면서 공산주의와 관련한 언급을 일부 삭제하거나, 통째로 싣지 않기도 했다. 중국의 인터넷은 지난해 이용자가 2억9800만명에 이르러 이미 주요한 여론 통로로 자리잡았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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