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상’에 인민복…‘천지창조’ 아담엔 양말
‘판다’엔 브래지어…‘CCTV 신청사’엔 빨간옷
‘판다’엔 브래지어…‘CCTV 신청사’엔 빨간옷
중국 정부가 최근 음란 사이트를 단속한다며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자, 중국 누리꾼들이 르네상스 시대의 누드화나 조각상에 옷을 입혀 불만을 표시하는 ‘사이버 시위’가 번지고 있다.
누드화에 옷입히기는 지난주 인터넷 포털사이트 더우반닷컴(Douban.com)이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인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포함한 몇몇 누드작품이 당국의 방침에 어긋날 수 있다며 포토갤러리에서 삭제한 데 대해 한 누리꾼이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이 누리꾼은 예술작품을 검열에서 구하자며 누드화에 옷입히기 운동을 제안했다.
누리꾼들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에 인민복을 입히거나, 축구 유니폼을 그려 넣어 당국의 시대착오적인 단속을 조롱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 벽에 그린 ‘천지창조’에 나오는 아담에겐 양말을 신기고 넥타이를 길게 늘어뜨렸다. 들라크루아의 ‘자유의 여신’에겐 장바구니를 들리우고, 앵그르의 ‘샘’에 그려진 물동이를 든 소녀에겐 드레스를 입혔다.
누리꾼들의 창의력은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한 누리꾼은 최근 베이징의 명물로 들어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신청사에 빨간 속옷을 입혔다. 판다에 브래지어를 채우고, 개나 고양이에 팬티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정치지도자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자제하자며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5일부터 음란물 일제단속을 벌여 사이트 1600여곳과 블로그 200여곳을 폐쇄했다. 폐쇄된 사이트 가운데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실어온 곳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 당국의 이번 조처를 최근의 경제위기가 사회적 불안으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여론 통제의 하나로 풀이하기도 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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