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영국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1트로이온스(31g)의 금은 전날보다 10달러 오른 907.50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대서양 건너 미국의 뉴욕상품거래소에서도 6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7.50달러 오른 914.10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초 온스당 900달러선 밑으로 떨어졌던 금값을 다시 밀어올린 건 순전히 ‘중국의 힘’이었다.
후샤오롄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장은 24일 “중국의 금 보유고가 2003년 600t에서 최근 1054t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로써 중국은 외환보유고(1조9540억달러)의 1.6%에 이르는 금을 보유하게 됐으며, 세계에서 5위의 금 보유국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후샤오롄의 발언으로 금값은 3주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며 “중국의 금 보유 확대 소식은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금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금 비중을 높였다는 소식은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년 동안 금과 달러의 가치는 반비례 관계를 보여왔다. 투자회사인 엠에프글로벌의 애널리스트인 톰 포릭키는 <포브스>에 “금 구매는 일부 국가들의 외환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제거하고, 잠재적인 달러 약세에 맞서 보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중국의 움직임을 따라 금 매수를 늘리면, 금값은 더 뛰고 달러값은 하락할 수 있다.
중국의 금 보유량 증가는 자국 내 생산량 증대 등이 주요인이지만, 최근 달러체제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의 ‘달러 흔들기’와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은 준비통화로서 미국 달러에 대한 지구적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중국의 금 사들이기는 중국의 미래 외환보유 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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