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수백명의 학생들이 숨진 베이촨 중학교에서 노부부가 향을 피우고 종이돈을 태우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교사로 일하던 형제를 잃었다. 유강문 특파원
쓰촨성 곳곳에선 요즘 불도저 소리가 요란하다. 무너진 집과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베이촨을 비롯해 두장옌, 더양, 한왕, 스팡 등 지진의 피해가 극심했던 곳들은 새로운 터전을 일구려는 복구의 손길이 바쁘다. 난민촌 주변엔 “새로운 가정을 건설하자”는 입간판이 포장지처럼 둘러쳐져 있다.
8일 오후 두장옌에 들어서니 도로 옆으로 ‘행복가원’(幸福家園)이라는 이름의 난민촌이 펼쳐진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 6700여명이 모여 사는 이곳은 두장옌에서 두 번째로 큰 난민촌이다. 컨테이너로 만든 단칸방이 다닥다닥 붙은 사이로 아이들이 뛰논다.
행복가원 뒤에는 난민들에게 제공할 영구용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고공 크레인이 하늘을 거미줄처럼 뒤덮고 있다. 난민촌 옆에는 현대식 학교가 들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곳곳에서 온 탓에 기숙사까지 갖췄다. 그 옆엔 난민들에게 심리치료까지 제공할 수 있는 첨단 병원이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행복’은 아직 멀다. 지진 피해지역의 법원엔 유산 상속, 보험금 분배 등을 둘러싼 주민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법적 재앙’ 들이다. 베이촨 법원에 제기된 소송 가운데 10~20%는 희생자들의 유산을 둘러싼 유족들의 갈등에서 비롯한 것이다.
구호성금을 둘러싼 분쟁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멘양에선 구호성금 집행 문제로 시위를 벌이던 주민 수백명이 경찰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일부 공무원들이 구호성금으로 고급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성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쓰촨성 지진 피해지역 재건을 위해 지금까지 3600억위안(65조원)을 투입했다. 이는 애초 계획된 투자 규모의 36%에 이르는 액수다. 파손된 농촌주택의 99.5%가 수리됐고, 기업과 공장의 98%가 정상적인 생산을 회복했다. 그러나 베이촨의 경우 지진 이전의 상황을 회복하려면 앞으로도 2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청두/유강문 특파원
청두/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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