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 참상 흔적, 위구르인 또 시위
대규모 유혈 시위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7일 중국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는 불에 탄 차량들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고 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된 가운데 위구르 인들이 또다시 시위를 벌이는 등 불안감과 긴장감이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이날 오전 중국 정부의 안내로 찾아간 남부 경마장 인근의 성리루(勝利路)에는 자동차 대리점과 주차장에 있던 승용차 10여대가 시커멓게 탄 채 뒤집어져 있어 이틀 전의 참사를 짐작하게 했다.
큰 피해를 입은 지리(吉利)자동차 대리점은 전시장 유리가 완전히 파손된 채 10여대의 차량이 전소돼 있었고 주차장과 건물 역시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이 대리점의 톈(田)모 사장은 외신 기자들에게 "위구르인들이 아무런 죄없는 우리 대리점을 공격하고 불을 질렀고 현장에 있던 직원들도 많이 다쳤다"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울먹거렸다.
중국 소수민족인 후이족인 마(馬.52)씨도 "이곳은 한족과 위구르족, 후이족 등 여러 민족들이 사이좋게 잘 살고 있던 곳"이라면서 이 곳에서 30여년째 살지만 이같은 상황은 처음 본다면서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는 군복을 입은 무장경찰과 특수경찰 등 병력 1천여명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고 흰색 장갑차와 군용 지프 등 무장 차량도 곳곳에 배치돼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외신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위가 돌발적으로 발생했다.
취재가 시작된 지 30여분이 지난 오전 11시께 남부 성리루(勝利路) 대만남시장에서 위구르인 부녀자들 수십명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성들과 아이들이 대거 포함된 시위대는 "5일 시위 발생 이후 중국 경찰당국이 위구르인 거주지역을 샅샅이 조사해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버지와 남편들을 모조리 잡아갔다"고 주장하며 1시간여 가까이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거창한 독립 요구와 자유 보장이라기보다는 무고하게 구속된 남편과 아들들을 석방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또 고질적인 위구르인들에 대한 차별이 이같은 사태를 불렀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목발을 짚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30대로 보이는 위구르인 여성은 장갑차를 향해 걸어나가면서 무고한 구속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고 이 여성의 뒤에는 울부짖는 여성과 아이들이 뒤따랐다.
이들의 표정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한과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이들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6일 저녁 경찰이 기습적으로 마을에 침투해 무고한 남편과 아들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갔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피끓는 청년들은 웃옷을 벗어 던지고 돌을 던지며 과격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외신 기자들의 코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중국 경찰은 방패로 시위대를 몰아내려 했으며 과잉 진압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위대가 1시간 가까이 해산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경찰은 공포탄으로 보이는 총탄 발사 준비를 갖추기도 했다.
5일 대규모로 발생한 유혈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위구르인 남성은 취재진에게 "5일 밤 현장에서 중국 경찰이 시위대에게 총을 쏘는 장면을 직접 봤다"면서 "무력진압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위가 발생한 인민광장, 해방로, 신장대학 부근의 퇀제(團結)거리에는 여전히 행인과 차량의 통행이 제한됐고, 다른 거리에도 평소에 비해 행인이 부쩍 줄었다.
시내버스는 정상 운행됐으나 출근길 러시아워인데도 차량 통행도 많지 않았고 아직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굳게 닫아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냈다.
시내와 교외 요소요소에는 2만명의 병력이 배치돼 시위 가담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 이날 오전 1천434명이 체포됐다.
시내 병원들은 사상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 지역 최대 병원 중 한 곳인 인민병원은 시위로 인한 부상자 291명을 치료중이다. 이미 17명이 이곳으로 옮겨진후 사망했다.
부상자 중 233명은 한족이고, 39명은 위구르족, 그 외는 후이족 등 소수민족이라고 병원 관계자가 전했다.
길거리에 버려져 있다 치워진 시신이 57구나 됐고 사망자 156명중 남자가 129명, 여성이 27명이었다.
우루무치에선 국제전화 통화가 제한되고 있으며, 외국 보도진 숙소로 배정된 인민광장 부근 하이더(海德)호텔에 마련된 간이 프레스 센터에서는 인터넷이 연결됐으나 100명의 보도진에 사용하기에는 선이 부족했다.
또 우무루치에서는 트위터등 인터넷 사이트들이 차단되고 인터넷 사용도 제한적으로 허용돼 시민들이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 (우루무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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