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셴린 베이징대 명예교수
석학 지셴린·런지위, 지난 11일 타계
중국 학계의 큰 별인 지셴린(사진) 베이징대 명예교수와 런지위 국가도서관 명예관장이 지난 11일 동시에 타계, 중국 대륙에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지셴린 교수와 런지위 관장은 각각 향년 98, 93살로 장수한 중국 대학자 반열에 든다.
특히 중국 동방학의 대가인 지 교수는 중국 정·관계나 학계에서 난더후투(難得糊途)의 경지에 오른 대표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12개 언어를 구사하는 천재인 그는 황갈색 누더기 옷과 가방을 낀 노동자 행색으로 캠퍼스를 누볐다.
난더후투란 ‘어수룩하게 보이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뜻이다. 가진 것이나 아는 것 없는 사람이 잘난 척 하는 것이 인간 수양의 최하 단계라면, 반대로 잘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어수룩하게 행동하는 것은 수양의 최고 경지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지 교수를 자신의 정신적인 스승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는 도덕적인 수양과 인품의 수준이 높았다. 중국 언론은 아예 그에게 ‘인간 국보’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있다.
1911년 산둥성 칭핑에서 태어난 지 교수는 칭화대학에서 서양문학을 전공하고 3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산스크리트어, 범어 등 인도 고문자와 고대문화를 공부했으며 41년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46년 독일에서 귀국, 베이징대 교수가 됐고 78년 부총장을 지냈다. 베이징대에 동방어문학과를 처음 만들었으며 56년 중국과학원 철학사회과학부 위원에 당선됐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서사시 ‘라마야나’를 중국어로 번역했다. 고대 인도 언어와 동양철학, 불교문화 등을 연구하며 문학, 문화, 예술, 철학, 종교에 관한 전집을 저술했다.
런지위 관장도 불교, 유교 등 중국 전통문화에 탁월해 마오쩌둥으로부터 ‘세상에 드문 인재’(鳳毛麟角)라는 칭찬을 들을 정도의 석학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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