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부정적 묘사’ 항의에 경영진 해임 위기
중국 언론사가 북한 사회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했다가 북한 쪽의 항의를 받고 경영진이 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곤경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이 ‘체제를 나쁘게 묘사했다’는 북한 쪽의 항의를 받았으며, 회사 경영진과 주요 간부들이 해임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0일 중국 언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에 이어 중국 제2의 언론 그룹인 상하이미디어그룹은 지난 7월20~24일 다큐멘터리 채널을 통해 ‘북한 직접 들여다보기’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제작진이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지난 6월 열흘 정도 북한에 머물면서 촬영한 내용이다.
방영 뒤 북한 당국은 “북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강조했다”고 비판한 뒤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문제가 된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김정일 위원장 일가와 ‘150일 전투’와 관련된 부분으로 추정된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북한은 7월20일 방송된 ‘지도자의 포옹: 150일 전투와 김씨 일가의 신비한 태양’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150일 전투’는 북한이 벌이고 있는 대중 노력동원 운동이다.
북한의 항의를 받은 중국 정부는 이달 초 리루이강 총재를 포함해 상하이미디어그룹 경영진과 간부들을 베이징으로 소환해 제작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 회사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선 최소한 다큐멘터리 채널을 책임진 경영진이 해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시 선전부 관계자도 “이번 일은 정치적으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엔 베이징의 정치, 경제 관련 잡지인 <전략과 관리>가 북한의 권위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가 폐간된 바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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