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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덩샤오핑식 발전’에 ‘마오쩌둥식 반성’ 보탠다

등록 2009-09-22 21:47수정 2009-09-23 06:58

중국 GDP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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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국 60돌 용의 승천

중국 GDP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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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중국은 마오쩌둥을 넘어섰나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서면 마오쩌둥이 중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지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광장 북쪽의 천안문에는 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고, 광장 남쪽에는 그의 주검이 안치된 마오쩌둥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지위도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1976년 9월 마오가 사망한 이후 중국에서 그의 실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었다. 소련에서의 스탈린 격하운동처럼 중국에서도 본격적인 ‘탈마오’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신중했다. 중국공산당은 건국 이후 마오의 과도 많지만 혁명과 신중국 건설을 이끈 그의 공을 부정할 수 없으며 과보다 공이 더 크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마오의 상징적 지위도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빈부격차·부패 부작용에 마오 사상·정책 재조명

2004년 ‘조화사회’ 주창 개혁개방노선 조정 시도

하지만 현실적 차원에서는 그의 사상과 실천에 대한 해체가 진행되었다.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던 개혁개방정책이 마오식 사회주의 건설노선과 충돌되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초기에 있었던 농촌의 집단생산체제의 해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토지의 공동소유제는 유지하지만 경작권은 개별 농민들에게 나누어준 새로운 정책은 개혁개방정책이 대중적 지지를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마오가 이 정책을 자본주의를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은 마오 사상의 정수는 그의 구체적인 발언과 결정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방법론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오가 부정했던 정책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개혁개방 이후 30년은 개혁개방 이전 30년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라고 이해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마오의 사상과 정책들이 부활하는 징조들이 출현하고 있다. 빈부격차, 배금주의, 부패 등 그의 시기에 기본적으로 사라졌던 문제들이 다시 등장하여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일부에서는 개혁개방이 마오 사상이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한다. 마오가 과거 끊임없이 자본주의 부활을 경고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괜한 우려라고 생각했으나, 개혁개방이 마오의 경고가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의 부활을 통해서만 자기 사상의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마오의 처지는 ‘마오쩌둥 사상의 패러독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은 개혁개방 30년을 부정하고 이전의 30년을 긍정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그러나 대약진으로 천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문화대혁명으로 인간관계가 파괴됐던 마오의 시기를 전면으로 긍정하는 논리가 지배적 견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주목할 움직임은 전반 30년과 후반 30년을 화해시키려는 시도이다. 과거와는 달리 개혁개방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은 마오의 역할과 마오식 사회주의의 유산이 적극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본주의체제의 봉쇄 속에서 진행된 공업화, 자주국방, 국가제도의 건설, 전염병 퇴치와 영아 사망률의 저하 등이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도 2004년부터 ‘조화사회’(和諧社會)론을 들고 나오며 효율과 성장을 강조해온 개혁개방노선의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오에 대한 단순한 부정이나 마오로의 회귀가 아니라 마오를 지양(止揚)하기 위한, 즉 마오와 과거 사회주의 유산과 개혁개방의 성과를 결합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이 새로운 실험을 통해 억압적 사회주의와 야만적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질문 2: 중국경제, 새로운 대안인가
이일영 한신대 교수 (경제학)


이일영 한신대 교수 (경제학)
이일영 한신대 교수 (경제학)
1840년대 이전 중국은 대안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조공무역, 은(銀) 교환의 역학관계, 세계도시의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정치경제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1840년대를 통하여 상황은 일변하여 중국의 하강과 서구의 상승이 극적으로 교차하였다. 포머랜츠의 표현대로, ‘대분기’가 발생하여 유럽은 천정으로 올라가고 동아시아는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중국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을 극심한 분열과 극빈상태로 지내야 했다. 인민들은 “마치 목까지 물에 잠겨 있는 상황”이어서 조금만 물결이 쳐도 숨이 막혀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1949년에 이르러서야 100여년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려받은 유산은 내전으로 인한 경제적 피폐 상태였다.

20년간 연평균 8.5% 성장
신자유주의적 개방과 달라

‘중국, 미국 추월’이 다수설
시장-공공성 공존 찾아야

경제적 후진성이라는 초기조건 속에서 마오쩌둥은 고립과 자력갱생이라는 대안을 추구했다. 마오는 두 개의 혁명, 즉 신민주주의혁명과 연속혁명을 통하여 중국을 사회적·정치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마오가 구상한 사회주의 대안은 실현되지 않았다. 마오의 시대는 “두 개의 세계, 하나는 이미 죽은, 다른 하나는 태어날 힘이 없는 세계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덩샤오핑은 새로운 대안을 선택했다. 그는 마오가 고립과 평등화의 방향으로 둥그렇게 구부려 놓은 활을 반대편으로 다시 구부렸다. 개방과 불평등화의 방향으로 휘어진 활에 시위를 걸어 화살을 쏘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있어서 미국은 1890~1979년에 연평균 2.3%의 성과를 보였는데, 중국은 1979~2008년에 연평균 8.6%라는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나타냈다.

중국이 맬더스적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데에는 ‘개방’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19세기의 중국은 거대한 규모와 고도의 상업적 통합 때문에 전통적 투입산출관계나 생산기술을 혁신하는 데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최고 수준에 이른 전통적 기술의 한계상황, 즉 고도수준균형의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개방은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 무역과 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기술훈련이 이루어지면서 요소간의 새로운 결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개방’을 신자유주의적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 중국에서는 특정 단계에 시장화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사회적 노동 분업의 확대와 심화를 목표로 한 점진주의 개혁과 정부 행동, 교육의 거대한 팽창, 자본가 이익의 국가 이익에의 종속, 자본가간 경쟁의 실질적 촉진 등도 함께 이루어졌다. 또한 국내시장 형성과 농촌의 생활수준 개선이라는 목표도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중국이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결국 총량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것은 합의된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대안모델이라고 단정하여 말할 수는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파트너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더욱 압축된 동아시아 모델’이었다. 이는 원료·중간재와 시장을 외부에 의존하고 기업·노동·농업·국가의 효율을 개선하면서 억압적 정치체제를 지속시키는 것이었다.

지속성을 갖는 모델이 되려면, 시장과 공공성, 개방과 사회적 연대성이 공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도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새로운 발전모델과 조화로운 사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이 대안이 될지는 기존 모델의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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