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긴장된 협력’…한반도엔 ‘긴장해소’ 기회
중국 건국 60돌 용의 승천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팍스 시니카 시대가 오고 있다. 한때 세계 중심국가였던 중국이 100년이란 굴욕의 역사에서 벗어나 부강한 강대국으로 다시 국제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년, 특히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 중국은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가장 긴 고도성장시대를 열면서,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제2의 수출대국, 그리고 제1의 외환보유국이 되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아마도 21세기 전반기에 중국은 경제규모에서 미국마저 추월해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 틀림없다. 신흥 강대국 중국의 부상과 서서히 약화되고 있는 미국의 패권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21세기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비관론과 신중한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강대국간 세력 전이 과정에 주목하는 현실주의자들은, 전략이익이 다르고 문화와 가치가 상이한 미국과 중국이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중화 민족주의자들은 미국과 서방세계가 중국을 포위·억압하면서 중국의 체제변혁을 강요하려고 한다면서 중국적 특색을 견지하고 위대한 중화문명의 부흥을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일부 보수파들도 중국의 체제변화 없이 중국의 평화적 발전이란 허구이며, 결국 부강한 중국은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와 문명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예단하면서 ‘중국위협론’을 강조하고 있다. 강대국 일방주의 견제하면서 남-북, 분단해결 주도 가능성
“차이메리카는 운명공동체” 충돌보다 윈윈 택하게 될것 그러나 이런 비관론과 달리,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평화적 세력 전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차별성을 인정하면서도 21세기는 양국이 상호 협력을 통해 더 큰 국익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윈-윈 게임이 가능한 시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은 소비와 저축, 투자와 생산, 수출과 수입 등 모든 경제활동 영역에서 상호 침투· 융합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협력관계를 ‘차이메리카’(Chimerica)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키신저는 21세기의 미·중 관계를 ‘운명공동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21세기 미국과 중국은 상호 견제와 갈등이 노출되면서 협력과 경쟁, 갈등이 교차되는 복잡하고도 불안정한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60년간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형성된 냉전시대의 적대적 대결의 시대에서, 1972년 이후 소련 견제라는 공통적인 전략이익에 바탕을 둔 협력시대를 거쳐, 1989년 천안문사태와 곧 이은 소련 붕괴, 그리고 부강한 중국의 등장으로 협력과 경쟁, 갈등이 복합적으로 교차되고 있는 불투명하고 불확정적인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미·중 관계의 변화가 한반도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잘 알다시피 냉전시대 미·중간 적대적 대립관계는 한국전쟁과 한반도 분단 고착화란 재앙을 초래했지만, 1972년 이후 양국간 전략적 협력시대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남북한의 체제 수호 의지만 강화시켜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협력과 경쟁, 그리고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재와 같은 중국과 미국의 ‘긴장된 협력관계’가 오히려 강대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면서 남북한 당사자가 주도하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역사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하겠다.
정준규 (코트라 중국사업단)
정준규 (코트라 중국사업단) 최근 10년간 불어닥친 두 차례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오히려 중국경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서도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유지하며 아시아 국가의 경제회복에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의 침체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7%대의 고도성장세를 유지하며 튼튼한 기초체력을 과시하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에서도 중국은 다시 한번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정부는 4조 위안의 재정지출을 통하여 상반기 7.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극적인 V자 회복세를 연출하고 있다. 등소평 시대의 도광양회 (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름)에서 후진타오 시대의 화평굴기(和平掘起;평화적으로 우뚝 섬)와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함)로 이어지는 중국의 외교전략은 이제 세계경제 질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포겔은 2040년 중국의 GDP가 124조달러로 전세계 GDP의 40%를 차지하고 미국, 인도, 유럽연합, 일본의 GDP 합계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대중국 수출 지난해 914억 달러…한국 경제에 긍정적 역할
중 산업고도화·내수확대로 변화…신성장 산업 등 육성해야 그동안 중국경제의 도약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의 대중 수출은 1992년 수교 당시 26.5억달러에서 지난해 913.9억달러로 약 34배 증가하며 전체 수출확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대상국으로 홍콩과 함께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상쇄하며 전체 무역수지 흑자구조를 유지시켜주고 있다. 우리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도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시장이 세계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제품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의 약 10%를 차지하며 일본에 이은 2대 수입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경제의 급부상과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변화는 우리 기업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정부의 산업고도화를 위한 선별적 외국인 투자유치, 자원 다소비·환경오염 규제, 노무관리 강화, 외국인 세제혜택 폐지 등으로 고비용 생산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가공무역 및 저부가가치 업종을 중심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퇴출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중국시장과 제3국 시장에서의 경합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아세안,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등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등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안관계 회복에 따라 대만과 자유무역협정(ECFA)를 논의하고 있어 향후 대내외 교역환경은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시장의 성장에 따른 득실은 우리가 어떻게 중국시장에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중국정부가 경제성장의 동력을 수출에서 소비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내수시장이라는 신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외국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놓여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제품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과제이다. 신성장 산업의 적극적 육성과 브랜드, 기술, 서비스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 국내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는 강좌 ‘신중국 60년 기억과 미래’가 10월 초부터 <하니TV>(hanitv.com)를 통해 연속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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