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문제 해결위해 민주주의·연방제 필요
백영서 연세대 교수(중국사)
백영서 연세대 교수(중국사) 티베트·신장 격렬한 저항에
중화세계 ‘특수한 포용’ 강조
억압적 제국으로 변질 가능성
국가연합 등 ‘어울림’ 실현을 지난해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은, 제국주의 침략과 내전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부강한 통일국가의 역사적 염원을 실현한 중국이 모처럼 세계에 자신감을 한껏 드러낸 일대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개막식을 지켜본 대만의 <자유시보>는 그 “이면에는 어둡고 추악한 그림자가 있다”며 티베트 문제 처리를 촉구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이 신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도계인 <중국시보>도 개막식이 ‘대국굴기’는 보여줬지만 ‘민주굴기’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대만의 중국관을 최근 티베트와 신장에서 잇따라 격렬하게 벌어지는 소수민족의 저항과 겹쳐 놓고 보면 ‘과연 중국은 하나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대다수의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일민족 돌출형 다민족’ 국가인 중국이 오늘과 같은 민족·국민 구성과 영토를 갖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중화인민공화국 판도의 원형은 1759년 즉 청의 건륭황제 24년 중앙아시아 정복이 완성된 때에서 찾을 수 있다. 몽골·신장·티베트까지 확대된 청조가 이룩한 중화세계는 그 이전과 달리 다종족·다민족의 다원적·계층적 정치질서로 유지되었다. 여기서 서구와 다른 중화세계의 근대로의 이행의 특색이 드러난다. 서구에선 중세 제국이 작은 국가로 분리되면서 근대적인 국민국가들이 탄생한 반면, 중국은 전통적인 제국 내부의 각 민족들이 국민국가 형식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청조 이래의 영토가 거의 그대로 유지된 채 국민국가로 전환했다. 이 특이한 역사 이행 경로에 착안하면 중국을 ‘국민국가의 옷을 걸친 제국’이라고 부름 직하다. 그런데 요즘 중국 일부에서는 중화세계의 다원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면서 티베트나 신장 문제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서구 민족주의의 역사 경험에 근거해 중국의 특수한 경험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더 나아가 중국인의 천하관을 재해석하여 유럽 제국주의의 논리에 대항할 수 있는 21세기 평화의 세계질서 원리로 제시하기까지 한다. 이들에 따르면 중화세계의 이념인 천하 관념은 화이의 구별도 문화적 차이로 표현될 뿐 공존할 수 없는 대립을 야기하지 않고 ‘여럿’(多)을 ‘하나’(一)로 포용하는 다층적인 것이 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중화세계가 쉽게 타자의 말소나 억압으로도 전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병자호란을 통해 그 점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역사 속에 나타난 중화세계의 ‘제국성’에 주목한다면, 중국의 역대 왕조가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국적 지향을 추구했다는 것, 즉 모든 왕조가 천하를 통일해 제국의 권력을 중앙에 통일시키는 대일통(大一統)을 추구하면서 왕조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로 인해 일단 지배했던 영역에 속한 민족·지역을 제국으로 통일하고 그 분열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조직을 정통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집단기억이 중국인에게 깊이 각인되어 오늘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 점에선 중화인민공화국 60년의 역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에는 사회주의보다 애국주의가 오히려 더 강화되는 실정이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중화세계의 다원성을 재구성하는 길은 열려 있다. 그들이 단일형 국가로의 ‘일체화’(同)가 아니라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준 ‘어울림’(和)의 가치를 나라 안팎의 상황에 진정으로 적용하고 싶다면 (홍콩의 일국양제를 넘어서) 연방제 내지 국가연합 같은 복합국가 구상을 시행하며 민주주의를 확립해가는 길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문화학)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문화학) 2002년부터 ‘문화파워’ 강조
공자 아카데미·고전 번역에
미국에 중국어 강좌 지원도
새 문명 대안 될지는 의문 지난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은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 문화공연에서, 중국은 더 이상 문화대혁명이나 가짜 식품, 총칼과 일당독재의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진시황과 같은 거친 남성의 나라가 아니라 공자와 붓, 그림, 화선지의 나라, 온유한 여성의 나라였다. 중국이 이렇게 새로운 중국이미지를 만들고 중국 문화의 힘과 저력을 세계에 선보인 것은 올림픽을 위한 일회성 행사 차원이 아니었다. 21세기에 문화대국을 건설하려는 중국의 새로운 국가 프로젝트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면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못지않게 문화의 건설이 중국이 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2002년 공산당 16차 대회에서 ‘문화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각종 회의와 정책에서 ‘문화’ ‘소프트파워’ ‘문화 파워’ ‘문화대국’ 등의 개념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문화 소프트파워 관련 주제가 당과 정부 간부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집단학습의 단골손님이 되고 있다. 중국 지식인들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의 노력은 우선 전통문화의 가치와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국 전통문화는 늘 타도와 청산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제 전통문화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전통문화 유산을 보호하고 재건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공자를 되살리는가 하면, 노동절 휴일을 줄이는 대신에 추석과 청명절 같은 전통명절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문화산업의 열악한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문화산업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막대한 자금도 관련 산업에 지원하고 있다.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사업도 활발하다. 이미 세계 81개국에 세운 공자아카데미를 통해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교육하고 있다. 내년까지 중국어를 말하는 세계인을 1억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고, 미국 고등학교에서 중국어 에이피(AP·Advancement Placement) 과목을 개설하도록 70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중요한 사상서적 300권을 각국 언어로 번역하여 외국에 소개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고, 외국인들에게 서예와 쿵후, 경극 같은 중국 전통문화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텔레비전 채널과 인터넷 방송국도 건립할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중국의 전통 사유방식, 중국의 전통적 지혜를 세계에 수출하려고 하고 있다. 조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자세, ‘화이부동’의 정신, 민본사상, 효 사상 등이 그것이다. 중국은 문화대국 건설 작업과 문화 소프트파워 수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개선되고 중국위협론이나 중국붕괴론 같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줄어들며 중국의 지혜가 세계에 새로운 문명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 공산품이 세계를 휩쓸듯이 중국문화와 소프트파워가 세계를 휩쓸 수 있을 것인지, 현재로선 회의적이다. 물론 지금 세계 도처에서 중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관심은 주로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의 부산물 차원이다. 그럴 때 관건은 중국문화가 그 자체로 매력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에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문화의 가치와 매력을, 그리고 중국 전통적 가치관이 어떻게 새로운 문명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먼저 지금 중국의 현실에서 구현하여 세계인들에게 실증해 주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세계에 수출하려는 문화적 가치와 중국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 국내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는 강좌 ‘신중국 60년 기억과 미래’가 10월 초부터 <하니TV>(hanitv.com)를 통해 연속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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