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이용자 추이
[중국 건국 60돌 용의 승천] ③ 덩샤오핑 유산의 명암
공산당 바꾸는 중 누리꾼
공산당 바꾸는 중 누리꾼
“정부가 통제하는 신문, 방송은 볼 필요가 없다. 중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면 게시판과 블로그를 보라.”
상하이 출신의 대학원생 장아무개(28)는 단호하게 말한다.
인터넷이 건국 60돌을 맞은 중국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공산당은 중국의 모든 언론과 정보 흐름을 통제하지만, 3억4000만명이 넘는 거대한 중국 누리꾼(네티즌)의 여론은 이미 통제를 벗어나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성폭행하려던 당 간부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호텔 발마사지사 덩위자오(21)를 석방시킨 온라인 여론의 힘은 상징적이다. 이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만 누리꾼이 당 간부에 분노하며 ‘부도덕한 관리를 응징한 영웅’ 덩위자오의 석방을 요구했다. 여론의 압력을 느낀 법원은 결국 덩의 석방을 결정했다.
인터넷은 덩의 운명을 바꿨을 뿐 아니라 공산당이 중국인들의 정치적 일상을 강하게 통제해온 지난 60년의 단단한 장벽에 처음으로 균열을 내고 있다. 1994년 4월20일 중국에서 인터넷이 처음 사용된 뒤 2003년 인터넷 이용자가 7000만명을 넘어서자 인터넷 여론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잡혀가 구타당해 숨진 청년 쑨즈강 사건을 누리꾼들이 여론화시킨 것을 계기로 관리들의 부정과 관련된 사건 처리에 대한 누리꾼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2004년께부터는 중국 전역에서 부정부패와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본 이들의 집단시위들이 터져나왔고 이를 둘러싼 공산당 내부 논쟁도 시작됐다.
중국 인터넷 여론의 가장 큰 흐름은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빈부 격차를 해소하라는 요구다. 최근 중국 인터넷을 달군 ‘푸얼다이’(부자 2대) ‘충얼다이’(빈곤층 2대) ‘관얼다이’(관료 2대) 논쟁은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광저우의 유명한 블로거인 원윈차오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국 네티즌들은 더이상 의견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실천에 옮기고 현실을 바꿔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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