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국영 CCTV 장쩌민 수시로 클로즈업
“장쩌민 건재…공산당원에 메시지”
“장쩌민 건재…공산당원에 메시지”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1일 거행된 중국의 건국 60주년 열병식과 퍼레이드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본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장쩌민(江澤民.83) 전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것이다.
중국의 국영 중앙(CC)TV는 145분에 걸쳐 진행된 열병식과 퍼레이드 행사 동안 톈안먼 성루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바로 옆에 서있는 장 전 주석의 모습을 수시로 내보냈다.
중국과 홍콩의 정치분석가들은 5년 전 권좌에서 물러난 장 전 주석을 CCTV가 후 주석 못지않게 자주 클로즈업 화면으로 부각시키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장 전 주석은 이날 행사에서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사이에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후 주석의 오른편에는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자리를 잡았다.
CCTV는 장 전 주석이 자신의 오른편에 서 있는 후 주석과 활기찬 모습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자주 내보냈다. 때때로 우 상무위원장이 장 전 주석에게 다가와 대화를 건네는 장면도 CCTV에 비쳤다.
이 같은 장면은 과거 중국의 건국 기념 열병식이나 퍼레이드 행사 때와는 전혀 달랐다.
개혁.개방 30년 동안 중국의 건국 기념 열병식과 퍼레이드는 철저하게 1인자를 위한 행사였다. 1984년 건국 35주년 행사때는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앙군사위 주석이, 1999년 건국 50주년 행사 때에는 장 전 주석이 그 중심에 있었다.
중국과 홍콩의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건국 60주년 열병식과 퍼레이드를 후 주석이 제1세대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제2세대 덩샤오핑, 제3세대 장쩌민에 버금가는 제4세대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는지를 판단할 기회로 보았다.
그러나 열병식과 퍼레이드를 지켜본 정치분석가들은 아직 후 주석의 위상이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 등 1,2,3세대 최고지도자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홍콩의 정치분석가인 푼시우토는 국영 CCTV가 은퇴한 장 전 주석의 모습을 이처럼 자주 내보낸 것을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후 주석이 연설에서도 장 전 주석을 수차례 언급한 사실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장 전 주석이 지난해 이후 중국 공산당의 공식적인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뒤 장 전 주석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푼은 "장 전 주석은 공산당 간부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반면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현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장 전 주석을 예우한 것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CCTV의 열병식 보도 태도에 대해 "제3세대 지도자를 예우하고자 후 주석과 현 지도부가 면밀하게 신경을 쓴 것 같다"면서 "전직 지도자를 예우하는 것이 현 지도부의 정당성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 전 주석은 9월 30일 밤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전야제 행사에서도 후 주석과 함께 나란히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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