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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나는야 학력은 높고 힘은 없는 ‘개미족’

등록 2009-10-30 20:18

중국판 88만원 세대 화제
대학졸업 뒤 비정규직 전전
난방 안되는 월세 집단거주
“지난해 겨울은 제 평생 가장 추웠어요.”

톈진 출신의 자오 아무개는 산시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베이징의 언론 관련 회사에서 월급 1000위안(약 17만5000원)을 받고 일한다. 4대보험을 빼면 손에 들어오는 것은 매달 600위안, 구할 수 있는 집은 난방이 되지 않는 월세 200위안짜리 방이다. 공동 화장실을 쓰고 목욕탕은 없다.

자오는 중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책 <개미족>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80년대 이후 출생한 대학 졸업자들의 생활실태 조사 보고서인 <개미족>은 ‘중국판 88만원 세대’의 삶을 사회적 화두로 끌어올리고 있다.

2년 동안의 심층조사 끝에 <개미족>을 펴낸 롄쓰 베이징대학 법학과 부교수는 대학을 졸업한 뒤 비정규직, 반실업 등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22~29살 젊은이들을 ‘개미족’으로 분류한다. 지능은 높지만 힘은 약하고 싼 집값을 찾아 집단거주하는 특징이 개미와 비슷하다는 뜻에서다.

롄쓰 교수의 조사를 보면, 취업난 때문에 개미족들은 대개 단순기술직, 영업, 판매, 식당종업원 등의 일자리를 구하는데 월급은 2000위안 미만이다. 대다수가 도시 속의 농촌이라는 뜻의 ‘성중촌’(城中村)에 모여 산다. 골목으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집세는 더 싼데 보통 한달에 300위안 정도라고 <광주일보>가 30일 보도했다. 개미족들은 절약할 수 있는 한 절약하며 일주일 내내 10위안의 식비로 버티기도 한다. 롄쓰 교수는 개미족이 베이징 안에서만 10만명, 전국적으로 100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청년 농민공‘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도시 후커우(호구) 도 없고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꿈을 위해, 농촌에 있는 부모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또는 연인이나 배우자를 위해 대도시에서 개미족으로 버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대개 5년 정도 버티고 난 뒤 좌절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많다. 웨징룬 중산대학 교수는 “10여년 전의 대졸자들과 달리 현재의 대졸자들에게는 정부나 직장의 주택 배분이 없어진 데다 주택임대료는 너무 비싸져 푼돈에 불과한 월급으로는 조건이 열악한 성중촌에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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