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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부동산광풍’ 꼬집은 드라마 ‘중도하차’

등록 2009-11-27 13:24

‘워쥐’ 방송중단…방송국 “기술적 문제”
집값폭등 비판 등 날선 대사 문제된듯
쑤춘과 궈하이핑은 상하이를 연상시키는 장저우라는 가상의 대도시에 사는 회사원 부부다. 이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달팽이집처럼 좁은 집에선 어린 딸을 키울 수 없어 시골 고향에 보낸다. 세 식구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사려고 부부는 사채를 끌어 쓰게 되고 이혼 위기에 빠진다. 궈하이핑의 여동생 하이자오는 언니를 도우려고 권력자인 시장 비서에게 돈을 빌리고 이로 인해 유부남인 이 고관의 첩이 된다.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벌어진 두 자매의 비극을 보여주며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텔레비전 드라마 <워쥐>(달팽이집·좁은 집)의 줄거리다. 최근 이 드라마가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 <베이징 티브이>에서 처음 방송된 이 드라마가 23일 갑자기 방영이 중단되면서 의혹과 비난이 일고 있다고 26일 홍콩과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33회로 예정된 이 드라마는 하루 2회씩 10회분이 방송된 참이었다.

방송국 쪽은 기술적 문제로 드라마 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베이징 티브이>의 한 관계자는 검열당국인 광전총국이 방송 중단을 명령했다며 “(날카로운) 대사 스타일과 폭등하는 집값을 비판하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현재 상하이와 충칭, 선전, 톈진 등에서는 이 드라마가 계속 방송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곧 방송이 중단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광전총국은 방송 중단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26일 밝혔다.

집을 사기 위해 언니는 ‘집의 노예’, 동생은 ‘고관의 첩’이 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방송 시작과 함께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많은 시청자들은 잔인하고 우울한 이 드라마가 집을 사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자신들의 현실을 반영한다며 열광했고, 인터넷에선 토론과 댓글이 이어졌다. 중국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를 위험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 블로거는 “내 여자친구도 나를 버리고 돈 많은 남자에게 갔다. 내가 집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하이자오(드라마 속의 여동생)와 똑같다. 나는 내 여자친구와 하이자오를 미워할 수 없다. 그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나는 치솟는 집값과 정부, 개발상을 미워한다”는 글을 올렸다.

특히 드라마 속 여주인공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고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다 부패사건으로 몰락하는 시장 비서 쑹쓰밍이 2006년 상하이시 당비서 천량위가 해임된 사건에서 천량위의 측근이었던 친위를 연상시킨다는 것도 정치적 화제가 됐다. 많은 중국인은 이 사건을 최고위층의 권력투쟁으로 본다.

중국 부동산 가격은 2005년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했고 금융위기 뒤 올해 초 잠시 주춤했다가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다시 급등하고 있다. 상하이의 100㎡ 아파트 평균가격은 2백만위안이 넘는다. 지난해 말보다 60% 올랐다. 상하이 주민의 평균 월급은 3000위안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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