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FTA협상 잰걸음

아세안 이어 한국·대만과 협상 서둘러
아시아 경제공동체 주도 전략 세운듯

중국이 동북아시아를 무대로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 대한 공세가 거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17일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2013년까지 한-중 무역 규모가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중-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 양국이 자유무역협정 공식 협상을 시작할 조건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다음주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4차 양안회담을 기점으로 대만과의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새해 1월1일부터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10개국의 경제 통합을 가속화할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이 전면 발효된다. 이 밖에 전세계 경제 규모의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한·중·일 3국을 묶는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산·관·학 연구를 추진하는가 하면, 자원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오스트레일리아와도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동북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권 건설을 통해 ‘아시아 공동체’를 주도하려는 경제·전략적 목표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국제관계연구원 선스순 연구원은 18일 관영 <차이나 데일리>에 “이제까지 주로 정치적 이유 때문에 동북아 국가들 간 협력이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며 “중국·일본·한국은 일본 집권당이 아시아를 중시하고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원하고 있는 지금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되도록 빨리 동아시아 공동체의 ‘항공모함’을 건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금융위기의 여파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중요한 한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중국이 국제 금융위기에 대처하느라 미뤄뒀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과의 협정에서는 기존의 외교전략적 목표 외에 경제적 실익도 주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보여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중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한-미 동맹에 대한 ‘역균형추’로 활용하는 전략적 고려가 컸지만, 이제는 경제적 목표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아시아 자유무역협정 공세 속에 한국이 소외된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나 한-중 관계 전문가들은 한-중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중 관계 발전 공동연구 전문가회의’에 참여해 중국 쪽과 논의를 해온 한 한국 학자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중국과의 협정 체결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