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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김빠진 중국 왕자루이 ‘귀국보따리’

등록 2010-02-09 10:59

북 김정일, 6자회담 이전 입장 되풀이
김정일-왕자루이 면담 통해 북중 우호 과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이번 방북은 이전과는 달리 성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일 저녁 왕 부장을 면담하고 만찬을 베푼 자리에서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이전보다 진전된 언급을 내놓지 않은 데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왕 부장 면담 후 반나절이 지난 9일 오전 9시를 넘어 김 국방위원장이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북한의 지속된 의지를 되풀이했으며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관련 당사국들의 진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의 이런 보도행태는 지난해의 경우 왕 부장이 방북해 김 위원장을 면담했던 1월30일 당일 저녁 면담 내용을 중문과 영문 기사로 길게 전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후 주석이 구두친서를 통해 북한의 6자회담 조기 복귀를 설득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김 위원장이 '톤 조절'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왕 부장을 면담하는 자리에 북한 노동당의 김영일 국제부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지만 북핵문제와 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빠진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북한 당국이 6자회담 전제조건으로 내놓은 선(先)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 등이 아무런 진전을 못 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통해 '통 큰' 양보 카드를 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중국은 지난해 9월과 10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평양에 보내 '대화국면'을 조성하려 했으나 별반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또 같은 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북 이후에도 6자회담은 재개되지 못했으며 대화 사이클에 다시 시동을 걸려던 중국의 이번 시도도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은 왕 부장의 방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관련국에 북한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여 이를 계기로 북한을 제외한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 간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때 김 위원장은 "북미 양자회담의 상황을 지켜본 뒤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6자회담 재개의 전망을 밝게 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왕 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이보다는 '더 나아간' 언급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왔다.

특히 일각에선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극도의 경제난에 봉착한 탓에 대북 원조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과거보다 클 것이라는 데 주목했지만 이 같은 예상은 다소 빗나간 셈이 됐다.

중국 당국도 지난 6일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을 통해 왕자루이 부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표단이 북한 노동당 중앙위 국제부의 초청에 따라 북한 '친선방문(a goodwill visit)' 길에 올랐다고만 짧게 보도하는 등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가 짙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북한이 기존 평화협정 체결 주장과 관련해 어떤 주문을 했느냐에 시선이 모아진다.

그간 북한은 휴전협정을 폐기하고 당시 서명당사국인 북.중.미 3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점으로 미뤄 북한 측은 왕 부장에게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고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한.미.일 공조에 맞선 북.중 라인 강화를 주문했을 수도 있다.

중국이 작년에 원 총리의 방북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초청한 점으로 미뤄 이번에도 다시 초청했을 공산이 커 보이나 이와 관련해 북.중 양국의 언론 매체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후 주석의 '특사' 격인 왕 부장을 직접 면담하고 왕 부장은 후 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전통우방으로서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수교 60주년을 우호적으로 보내 '친밀도가 무르익은' 북중관계, 그리고 왕 부장의 이전 방북 전례와 개인적 친분관계로 볼 때 김 위원장의 왕 부장 면담은 당초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으나 김 위원장이 이날 함경남도 함흥시 소재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면담이 불발할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외견상 김 위원장이 함흥 현지지도라는 '어려운 사정' 가운데서도 왕 부장을 접견하고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후 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함으로써 양국간 '특수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일정 수준의 '경제적 실리'를 챙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왕 부장이 8일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회담에서 양측이 서로 자국내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혀 화폐개혁 이후의 어려운 북한의 경제사정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왕 부장을 면담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대표단이 준비해온 선물을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이 이에 사의를 표시했다고 밝혀 왕 부장 방북을 통해 대북원조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면담과 관련, 북한이 왕 부장에게 비핵의지를 재확인하고 '톤 조절'을 통해 6자회담은 북.미 간에 풀어야 한다는 의지를 전하는 한편 북.중 양국의 우호관계를 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교준 홍제성 특파원 kjih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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