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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조용한 지도자는 옛말 중국 정치가 PR시대

등록 2010-03-09 21:52수정 2010-03-09 21:52

왼쪽부터 왕양 광둥성 당서기,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
왼쪽부터 왕양 광둥성 당서기,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
왕양·보시라이 ‘여론 잡아 권력 잡기’ 실험중
거침없는 발언…차세대 지도부 ‘다크호스’로 부상




지난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충칭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단의 기자회견에는 ‘슈퍼 스타 정치가’ 보시라이(60) 충칭시 당서기를 취재하려는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보 당서기는 부동산 문제를 묻는 질문에 “중국 혁명이 성공한 것은 마오쩌둥 주석의 토지개혁 덕분이다. 혁명이 성공했으면 인민정부는 백성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충칭시는 저소득층 주택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왕양(54) 광둥성 당서기는 “미국에서 24달러에 팔리는 컴퓨터 마우스를 만드는 중국 둥관의 공장에는 이윤이 3센트밖에 돌아가지 않는다”며 중국 경제발전 모델의 선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주문이 회복됐다고 다시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 관리들의 머리가 깨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최고의 정치무대인 양회에서 차세대 지도자 자리를 겨냥한 막후 라이벌전의 열기가 뜨겁다. 중국 차기 ‘5세대 지도부’의 유력 후보로 떠오른 보시라이와 왕양 당서기의 거침없는 언행이 연일 화제다. 후진타오 주석이 퇴임하는 2012년 중국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안에 진입하려는 두 사람은 특히 대중들 앞에서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대중들 앞에서는 민감한 주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중국 지도자 후보군의 전통적 언행에 비교해 보면, 이들의 정치 행보는 ‘중국의 조용한 정치 혁명’으로까지 불린다.

중국 혁명 원로 보이보 전 총리의 아들로 태자당 출신인 보 당서기는 일찍이 상무부장과 랴오닝성 당서기를 거치며 유력한 지도자 후보로 꼽히다가 중앙정계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밀려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충칭시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범죄조직을 비호한 최고위관리들까지 줄줄이 잡아들이며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끼는 중국인들의 ‘정의의 사도’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관료들이 계속 부자들의 주위만 맴돌아서는 안된다”며 마오쩌둥의 혁명사상을 강조하고, 개혁개방에서 소외된 계층의 이익을 강조하는 행보로 중국 좌파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라이벌인 왕양 광둥성 서기는 중국의 “사상 해방” 기치를 들고 한단계 높은 개혁개방과 보다 선진적인 경제모델로의 전환을 외치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왕양을 덩샤오핑이 발탁한 인재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후진타오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청단 출신의 선두주자다.

이들은 몸을 낮추고 ‘일은 더 열심히 하되 말은 드러내놓고 하지 말라’는 철칙을 지켜온 중국 지도자 후보들의 불문율을 깨고 대중들 앞에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증명하려는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중국 정치의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다크 호스’로 평가된다. 4억에 육박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여론의 힘이 이들의 새로운 정치 실험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2012년 등장할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이미 확정된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리커창 부총리가 각각 국가주석과 총리로 승진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경쟁 업적에 따라 자리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글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사진 베이징/신화,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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