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훙(36) <경제관찰보> 인터넷판 전 부편집국장
“나는 온건한 건의자…대중 목소리 전했을 뿐”
인터넷 글 ‘조용한 폭풍’ 일으켜
인터넷 글 ‘조용한 폭풍’ 일으켜
“나는 온건한 건의자입니다. 호구제 개혁 건의에 대한 반응이 그렇게 컸던 것은 민중의 열망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현대판 신분제’로 불리는 호구제 개혁을 촉구했다가 해임된 한 언론인의 글이 중국 정치와 언론의 ‘감춰진 속살’을 드러내며 조용한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관찰보> 인터넷판의 전 부편집국장 장훙(36·사진)은 지난 1일 중국 13개 신문에 실린 호구제 개혁 촉구 사설을 집필했다가 최근 해임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경제관찰보> 편집진에게도 엄중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개막 직전인 지난 1일 <경제관찰보>와 <남방도시보> 등 개혁적 성향의 13개 주요 신문에는 ‘양회 대표들에게 호구제 개혁을 촉구한다’는 사설이 일제히 실렸다. “수십년간 지속된 (호구제) 폐정으로 인한 고통을 우리 세대에서 끝내고 후대는 진정으로 자유·민주·평등이라는 헌법에서 부여된 신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신문들이 양회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감독 당국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개혁을 촉구하는 공동사설을 발표한 데 대해 처벌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사설은 발표된 지 몇 시간 안에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장훙은 9일 그간의 경위와 소감을 담담히 설명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어떤 전인대 대표나 정협위원이 내가 선출한 사람인지, 우리를 대변해 건의를 해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으로서 대중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다”며 중국 대의 민주제의 허점도 지적했다. “나의 부모세대는 호구제로 숱한 고통을 받았고 많은 친구들이 여전히 이 제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무시하는 법규는 결국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나는 언론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소감도 밝혔다. 그의 글을 읽은 많은 네티즌들은 호구제와 양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장훙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1958년 계획경제와 식량배급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도시와 농촌을 엄격히 분리하는 호적제도인 호구제를 도입했으며, 농촌 호구를 가진 이들은 의료·복지·교육 등 각 방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불만이 높아지자 원자바오 총리도 전인대 개막식에서 “호구제도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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