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1144명 사망”
중장비 도착…구조 활기
중장비 도착…구조 활기
외부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던 티베트인의 세계가 비극과 상처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16일 오후 칭하이성 남부 위수티베트족자치주 위수현의 중심도시인 제구진에 들어서자, 티베트 사원인 잔마스의 불탑이 무너지거나 곳곳에 금 간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으스러진 집 앞에서 여진의 공포에 노숙하는 주민들과 전국에서 모여든 구조대원과 군인들,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뒤엉켜 조그만 시골 도시는 사상 최대의 교통체증을 겪고 있었다. 시닝에서 이곳까지 16시간을 달리는 동안엔 좀체 재앙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설산을 뒤로 인 칭장고원의 너른 초원 위엔 티베트 토종 소인 마오뉴와 양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티베트인들의 기도 깃발이 나부끼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것이 꿈이었던 양, 제구진 도심으로 향할수록 파괴와 죽음의 그림자는 짙어졌다. 도시 안쪽 집들은 심한 상처를 입거나 아예 주저앉아 성한 곳이 없었다. 라마불교 사원인 제구스의 제단에는 색색의 헝겊으로 싸인 주검들이 겹겹이 쌓였다. 마술처럼 파랗게 청명한 하늘과 라마불교의 오색 빛깔 깃발이 눈부시게 바람에 나부끼는 아래로, 죽은 이들을 위한 티베트 불교 승려들의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 승려 거라이단쩡은 “어제 오늘 들어온 주검이 수백구다. 다른 사원으로도 주검이 실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위수방송대학 학생인 바이마잉지(18)는 지진 발생 당시 무너진 학교에 묻혔다가 친구들에게 구출됐다. 그는 “갇혀 있는 1시간 동안 고향의 가족들을 다신 못볼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무섭고 숨도 쉬기 힘들어졌다”며 “다행히 구출됐지만 옆의 친구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틀밤을 친구들과 학교 공터에서 잤다는 그는 “다시 이전의 평온한 생활이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말을 하다 목이 메었다. 이날 제구진엔 속속 중장비가 도착하며 구조작업이 본격화됐다.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 시한으로 꼽히는 72시간을 앞두고 필사적인 구조가 펼쳐졌지만 곳곳에서 주검이 나오며 가족들의 비통한 울음이 터졌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저녁 현재 사망자 1144명, 실종자 41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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