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영향력 확대 경계한 듯
21일 중국의 신문과 방송은 검은 물결로 넘쳤다. 관공서의 국기는 모두 조기로 게양됐다. 칭하이성 위수티베트자치주에서 강진이 일어난 지 일주일을 맞아 중국 정부는 이날을 국가 차원의 애도일로 선포했고, 하루종일 전국에서 추모행사가 열려 소수민족을 포함한 13억 중국 인민의 단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진 현장인 위수티베트자치주 위수현에서는 티베트 승려들과 중국 정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수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외지 출신 티베트 승려들에게 현장을 떠나도록 명령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위수현 출신이 아닌, 인근 쓰촨성 간쯔와 시짱(티베트)자치구 등에서 구호활동을 하러 온 승려들은 대부분 철수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쯔 출신 승려 주에츠는 “지진 현장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당국의 명령에 감히 맞설 수는 없다”며 20일 아침 간쯔 출신 승려 2000여명이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공산당과 연관된 간쯔의 종교 지도자도 19일 위수를 방문해 승려들에게 고향으로 되돌아가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승려 철수 명령은 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지난 19일 “일부 ‘해외의 적대세력’이 지진 구호 작업을 방해하려 하고 있어, 지진 지역에서 단결과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뒤 나왔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 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 등을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승려들과 정부는 사망자 집계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21일까지 중국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2064명이지만, 구조와 주검 수습, 장례 의식에 참여한 승려들은 사망자가 8000~10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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