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줘따페이(左大培) 연구원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한국 언론의 기사가 국제적 기사 날조 스캔들로 번졌다.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줘따페이(左大培) 연구원은 자신의 이름을 거론한 <조선일보> 기사가 “악의적으로 날조된 기사”라고 항의하는 성명 (바로가기) 을 22일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 기사의 내용은 내 생각과 상반된 내용을 지어낸 완전한 날조 기사”라며 “<조선일보>가 신문 지면과 온라인에서 오보를 수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본인은 이에 대해 법률적 조처를 취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해범 중국전문기자가 21일 <조선일보>에 쓴 해당 기사는 줘따페이 연구원 등 중국의 진보적 지식인 80여명이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붕괴까지 염두에 둔 과감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20일 유토피아 사이트에 발표했다는 내용(기사 링크 ) 이다.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줘따페이 연구원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언론은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 언론이 어떻게 기본적인 도덕도 결여된 비열한 기사를 쓸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조선일보 21일치에 실린 '중국 지식인들, 북한에 과감한 조치 촉구' 기사.
-기사에 언급된 천안함 관련 내용은 당신의 의견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좌파 학자로서, 내 입장은 완전히 <조선일보>에서 날조된 내용과 상반된다는 점이다. 내 뜻과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 내 이름으로 기사에 나갔다.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은 완전히 중국 극우파들이나 주장하는 내용이다. 좌파 학자인 내가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하겠는가. 나는 미군이 백두산에 진출해 보초를 서는 데 결단코 반대한다.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기사는 줘 교수 등 중국 진보 지식인들이 “(북한 정권이 붕괴해) 미군이 압록강 연안을 순찰하고 백두산에서 보초를 서면 중국의 많은 학자들은 편안히 잠자리에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썼음) 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찬성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국, 일본, 한국의 북한에 대한 간섭이나 위협에 반대한다. 북한의 민생을 개선하는 데 중국 정부가 합당한 원조를 하는 것을 지지한다.” -왜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고 생각하는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이간질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기사는 중국의 좌파들마저도 북한을 이렇게 비판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북중 관계를 이간질하게 하려는 것이다. 매우 비열한 수단이다.” -당신이나 주변 중국 지식인들의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천안함 사태의 진실에 대해, 학자로서 분명한 증거를 가지지 않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한국 정부와 북한 정부가 법정에 선 셈인데, 우리는 법관으로서 양쪽의 분명한 증거를 확인하기 전에는 함부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 시점에서 왜 이 사건을 이렇게 떠들썩하게 선전하는지에 대해서는, 뭔가 다른 계산이 있는 게 아닌지 의혹이 든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인들이 가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를 하겠다고 한다. 최근 북한이 민생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경제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려 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는 북한의 이러한 노력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많은 중국인들은 한국 정부가 이 시점에 유엔 추가 제재를 거론하는 데는 이런 동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선일보>에 대한 당신의 요구는? “<조선일보>나 이 기사에 대해 알지도 못했는데, (기사에 언급된) 유토피아(우요우즈샹·중국 좌파들의 사이트)에서 연락이 와 기사를 읽게 됐고, 너무 놀라고 기가 막혔다. <조선일보>가 지면과 인터넷에서 이 기사를 바로잡고, 먼저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나는 법률적 조처를 취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 독자들이 이 기사가 완전한 날조임을 정확하게 알았으면 좋겠다.” 한편, 유토피아(우요우즈샹) 사이트의 판징강 대표도 23일 <한겨레>에 “내가 아는 한, 80여명의 중국 좌파 지식인이 중국 정부가 북한 붕괴까지 염두에둔 과감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내용의 글을 우리 사이트에 발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사진 우요우즈샹 제공
중국 유토피아(우요우즈샹)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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