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국외 노사관계 진땀
노동조건 개선 요구 쏟아져
노동조건 개선 요구 쏟아져
현대·기아차가 최근 중국·인도에서 현지 노동자들의 파업 등으로 잇따라 생산중단에 들어가는 등 국외 현지공장의 ‘노사관계’ 문제가 그룹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 값싼 노동력만을 찾아 중국·인도로 몰려갔던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질 전망이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 인도공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오후 11시45분께 밤샘 작업을 위해 투입된 노동자 가운데 200여명이 제1공장 생산라인을 기습 점거해 가동이 중단됐다. 회사 쪽은 점거 확산을 막기 위해 제2공장과 엔진공장까지 폐쇄했으며, 가동중단 상태는 8일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해고된 직원들의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인도공장은 지난해에도 노조를 인정하는 문제 등으로 소요를 겪은 바 있다. 현대차는 주정부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상태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점거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경차인 i10, 소형차인 i20 두 모델이 생산되며 하루 생산량은 2100대에 이른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현대차의 중국 베이징공장이 협력업체의 파업으로 인해 한때 조업중단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현재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낮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는데다가, 중국 정부도 급격하게 커진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단으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사실상 ‘방조’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심상형 포스코 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이나 인도 등은 인건비가 상승하는 동시에 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더욱 커지는 시기로 진입했다”며 “해외 진출 기업들이 더이상 낮은 인건비에 안주하지 말고 현지 노동자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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