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왕린창 중국 아·태학회 한반도연구회 위원, 진찬룽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수교 18돌’ 길잃은 한-중 관계] 중국인 전문가들 진단은
“중국은 한국이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의 요구가 한국의 이익을 위협할 때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을 기대한다.”
<인민일보> 서울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한국통’ 왕린창(사진 왼쪽) 중국 아·태학회 한반도연구회 위원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란 제재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로 한국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라고 말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한국 정부가 과도하게 한-미 동맹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는” 징후로 꼽았다. 그는 “경제적으로 한국이 중국에서 큰 이익을 얻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 등에 불이익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는 말을 아꼈다. “중국 정부는 한국과 경제적 관계뿐 아니라 안보, 군사 관계도 잘 해나가야 한다는 정책 원칙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여론에서는 한국 제품 불매운동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 정부도 이런 여론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한국은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북-중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현재 중국과 북한 관계는 3~5년 전보다 훨씬 밀접해졌다. 한-중 수교와 북한 핵 개발로 중국과 북한 관계가 소원했던 적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한-미 동맹 일변도로 나가는 전략적 변화가 나타나자, 중국은 북-중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미-중간 갈등에 대해 그는 “중국은 미국과의 격차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미중은 앞으로 장기적 경쟁을 벌이게 될 텐데 한국이 초반에 한쪽에 서버리면 출구가 없다”고 했다. “중국도 건국 초기에 소련 일변도 정책을 폈다가 큰 위기에 처했다. 일변도 정책을 고집하면 적대국에서도 위험이 오고, 의존했던 나라와의 관계도 악화하기 쉽다”는 경고다.
진찬룽(오른쪽)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한국은 천안함 문제에 대해 중국이 미국·일본과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의 동맹이 아니며, ‘법률상’으로는 북한의 동맹이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국은 간단히 한국 입장을 지지할 수 있었지만 중국은 남북한 양쪽 입장을 다 들어야 했고, 이로 인해 한국과 중국 사이에 안보상의 차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이 현재 안보 영역에서 이견이 있으나, 천안함 사건과 군사훈련이 지나면 평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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