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는 시기상조”
강경 목소리 낮아져…외교 부부장 방미 예정
강경 목소리 낮아져…외교 부부장 방미 예정
중국이 냉정해졌다.
미국과의 정면대결도 불사할 듯 목소리를 높이던 중국이 미국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를 강조하는 강경한 군부 목소리 대신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감추고 숨어서 힘을 기른다)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외교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23일 싱가포르 <연합조보> 인터뷰에서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입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5월 말 미-중 전략·경제대화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 대표단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 이런 내용을 말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중국 최고위층이 확정한 정책인지 의심스러우며, 중국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남중국해가) 핵심 이익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중 갈등의 한 축인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정책이 시기상조라는 비판이다.
천안함 사건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에서도 미-중 관계 악화를 막고 갈등을 관리하자는 주장이 최근 세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에 큰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위안펑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 소장의 지난 17일 <인민일보> 기고는 그 신호탄이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초조함 때문에 천안함 사건의 기회를 붙잡아 군사훈련 등을 이용해 ‘아시아태평양 해양은 여전히 미국의 천하’라고 선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미국의 강경태도에선 전략적 초조함이 엿보이며, 중국은 흔들림 없이 선린우호 정책을 계속해야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펑 소장은 23일 <환구시보> 사설에서 “국제 시스템이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중·미 양국이 큰 것을 얻고 작은 것은 통제하는 태도로 관계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23일 사설에서 “소위 ‘중·미가 곧 전쟁을 벌일 것’ ‘한국을 제압하고 베트남을 공격하는 것이 최상책’이라는 주장들은 지난 30년간 중국 공산당의 국제정세에 대한 기본 방침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평화·안정의 주변환경 유지가 중국 인민의 흔들림 없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런 미묘한 변화 속에서 중국 추이톈카이 외교부 부부장이 이달 하순 미국 요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다고 <중국신문사>가 24일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추이 부부장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양국의 화해를 모색하고,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미 문제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후 주석은 올해 2차례 방미를 추진했다가 양국 갈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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