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파격 공개행보와 달리 이번엔 ‘베일속’
호텔투숙뒤 노출 삼가 수행 인사도 ‘안갯속’
호텔투숙뒤 노출 삼가 수행 인사도 ‘안갯속’
방중 이틀째 창춘 방문
지린성 지린에서 창춘으로 무대를 옮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틀째 중국 방문 일정은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창춘 정상회담’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진실은 가려져 있다.
김정일 위원장을 태운 의전차량 30여대는 27일 오전 9시께(현지시각) 지린시 우쑹호텔을 출발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무진 등 승용차 20여대와 미니버스 5~6대로 이뤄진 차량행렬은 중국 경찰차 10여대의 경호를 받았는데, 지린에서 지린성 성도인 창춘을 잇는 고속도로는 오전 8시 이전부터 약 200m마다 공안이 배치되고 차량 통행이 완전히 봉쇄됐다. 고속도로의 창춘 쪽 진입로에서는 ‘정오께까지 도로가 봉쇄되니 우회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의 차량행렬이 떠난 뒤에야 지린시의 교통통제가 전면 해제됐다.
1시간30분을 달린 김 위원장의 차량행렬이 도착한 곳은 창춘시내 중심의 난후호텔. 창춘을 방문하는 중국 지도자들과 김일성 북한 주석을 비롯한 외국 귀빈들이 묵어 지린성의 국빈관 구실을 해왔던 곳이다. 이후 11시30분께 중국 쪽의 차량행렬 6대가 난후호텔로 들어갔다. 2시30분께는 만찬을 준비하는 듯 지린성 가무단을 태운 버스가 들어갔다. 이어 이날 저녁까지 호텔을 드나드는 행렬은 목격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파격적인 공개행보를 보였던 지난 5월 방중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노출을 꺼리고 있다. 김 위원장을 수행중인 북·중 양국의 고위 인사들조차 베일에 가려 있다. 난후호텔은 호수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진입로와 호텔 주변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경계가 삼엄해 내부의 움직임을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날 취재진의 초점은 김 위원장 못지않게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행보에 집중됐다. 오전에 창춘공항이 봉쇄되고 공항 진입로가 폐쇄되면서 후 주석이 창춘에 도착했다는 소문이 현지에서 퍼지기도 했다. 후 주석이 이날 난후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오찬에 이어 정상회담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후 주석이 창춘까지 찾아가 정상회담을 하는 게 의전상 무리라는 점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이 후 주석을 대신해 김 위원장과 회담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 정부의 함구와 달리, 중국 일부 언론들은 한국 등 외신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김 위원장의 방중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왕린창 <인민일보> 전 서울특파원은 27일 <환구시보>에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 정권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래도 중국을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남북연구중심 뤼차오 주임은 “북한이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관측은 맞지 않는다”며 “후계자 문제는 북한의 내정이기 때문에 중국이 간섭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정치·경제상의 중대 사안에 대해서 상호 통보해온 전통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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