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에 헌법권리 보장” 뉴욕 방문서 구체안 밝혀
“당전체회의 앞 보수-개혁 시각차 드러내” 전망도
“당전체회의 앞 보수-개혁 시각차 드러내” 전망도
지난달 중국에 ‘정치개혁 논쟁’을 촉발시킨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다시 정치개혁의 깃발을 들었다.
지난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원 총리는 22일 화교 언론매체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치개혁의 목표는 인민이 자신들의 독립된 생각과 창의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편안한 정치환경을 갖도록, 또 인민들이 자유롭고 전반적인 발전을 누릴 수 있도록 헌법과 법률이 제공하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정치개혁의 구체적 밑그림을 제시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7일 보도했다. 원 총리는 ‘공산당 일당독재 아래 법의 지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의 지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 정당이 지배할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선전 경제특구 30주년을 맞아 지난달 20~21일 광둥성 선전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는 “경제체제 개혁뿐 아니라 정치체제 개혁도 추진돼야 한다. 정치체제 개혁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미 달성한 경제개혁 성과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둘러싸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들이 일제히 나서 찬반논쟁을 벌였다. 당내의 민감한 노선 갈등이 이례적으로 밖으로 분출한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인 <광명일보>와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구시(치우스·求是)>는 원 총리의 주장을 비판하는 듯한 어조로 강경파의 입장을 대변했다. <구시>는 16일 “중국 특색 사회주의 민주와 서방민주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며 “서구식 민주주의는 ‘달러 민주주의’이며 중국은 공산당의 지도 아래 안정과 발전을 이뤄왔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광둥성위원회 기관지 <남방일보>와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신세기 주간> 등은 개혁파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학습시보>는 ‘정치개혁은 인민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글을 통해 “모든 개혁 가운데 정치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조국은 정치개혁 추진에 성공해야만 밝은 미래를 갖게 된다”며 원 총리의 개혁 발언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특히 지난 6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원 총리의 정치개혁에 비해 수위가 낮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민주 확대’를 강조하는 연설을 하자, 원 총리와 후 주석이 정치개혁에 대한 입장 차이로 권력투쟁중이라는 관측까지 등장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최근의 민감한 정치개혁 논쟁은 실제 정치개혁 자체보다는 중국이 민감한 정치 행사들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파와 개혁파의 치열한 노선투쟁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당장 10월에는 올해 가장 민감한 정치행사인 공산당 17차 중앙위원회 5차전체회의(17기5중전회)가 개최될 예정이고, 내년부터 시행될 12·5 경제계획의 방향, 2012년 5세대 지도부로 권력 이양 등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 아래에는 빈부격차 등 중국 국내 모순이 심화되고 있는 복잡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한 전문가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도 다양한 이익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데, 5중전회 등을 앞두고 치열해지고 있는 당내 노선투쟁이 정치개혁 논쟁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이런 당내 노선투쟁을 비밀에 붙였지만 최근에는 어느 한쪽이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양쪽의 의견을 다 공개하면서 민심의 동향을 보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