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과시하다간 역풍” 우려 커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듯 보였던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에 외교·경제적 수단을 총동원해 강경 대응한 부작용으로 ‘중국 위협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중국 내에서도 중국의 외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신화통신>은 5일 “중국은 ‘성장의 고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글을 실어, “최근 몇년 동안 중국 위협론, 중국 붕괴론, 중국 책임론 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면서 중국에 ‘성장의 고뇌’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도광양회’(실력을 감추고 조용히 힘을 기른다) 외교정책을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해야 하며, 섣불리 힘을 과시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것으로 우려한다. 최근 여러 차례의 강연 등을 통해 “도광양회는 중요한 유산”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우젠민 전 외교학원 원장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국의 굴기를 보여주는 강력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력에 걸맞은 영향력을 전세계에서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오커진 칭화대 교수는 지난달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펴내는 <학습시보>에 실은 ‘중국 대외전략의 전환과 조정’이란 글에서 “중국은 경제강국으로서 새로운 지위에 걸맞게 외교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며 이는 긴급한 임무”라고 밝혔다. 중국 내 현실주의 외교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는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도광양회는 고립주의자들의 변명에 지나지 않으며 평화적인 굴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정융녠 소장은 5일 <연합조보> 기고를 통해 “중국의 외교가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전환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올해 들어 중-미·중-한·중-일·중-아세안 관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고, 미국은 경제력이 뜻대로 되지 않자 군사적 수단에 더욱 의존하며 중국 근해에서 잇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이에 대해 중국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면서 양쪽에서 군사적 목소리가 이성적인 외교 목소리를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이런 난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4일 일본 간 나오토 총리와의 약식 회담에 응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는 데 브레이크를 걸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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