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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고독한 예술가 ‘류샤’ 중국 민주화를 껴안다

등록 2010-10-10 19:54수정 2010-10-11 09:33

류샤오보 수감으로 첫부인 떠난뒤 결혼
옥중 남편과 바깥세계 잇는 통로 구실
연좌제탓 아이 안낳기로…어제 면회
“지난 20여년 동안 가장 큰 행운이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내 아내 류샤의 희생적 사랑을 얻은 것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내가 보이는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당신은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당신의 사랑은 감옥의 벽을 넘어 내 피부의 모든 곳을 어루만지고 모든 세포를 따뜻하게 하고 내가 평안을 유지하게 하고 감옥에 있는 순간순간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는 지난해 12월 1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아내 류샤(50)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이처럼 절절한 언어로 표현했다.

촉망받는 엘리트 학자, 교수, 작가였던 류샤오보가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시위 참가 뒤 중국 당국의 눈엣가시가 돼 가시밭길을 걷는 동안 류샤는 항상 그의 정신적 지주이자 동지였다. 1980년대 초부터 베이징의 문화계에서 류샤오보와 잘 알고 지내던 화가이자 사진작가, 시인인 류샤는 류샤오보의 ‘고난’을 통해 그의 아내가 된다. 류샤오보가 천안문 민주화시위 이후 반혁명죄로 감옥에 여러 차례 수감되자 첫 부인은 당시 6살 난 아들을 데리고 떠났고, 1996년 두 사람은 결혼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류샤오보는 국외로 망명하라는 권고를 모두 거절하고 아내와 함께 국내에 남아 민주화운동을 계속해 왔다. 두 사람은 연좌제에 얽어매이지 않도록 아이도 낳지 않기로 합의했다.

류샤오보와의 결혼으로 류샤의 삶은 크게 변화했다. 계속 경찰의 감시를 받고 집을 나설 때마다 경찰이 뒤따르게 됐다. 애초 혼자 조용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을 피하고 컴퓨터나 휴대전화도 쓰지 않는 ‘고독한 예술가’였던 류사는 지난해 류샤오보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서명 운동을 주도하다 11년형을 선고받은 뒤 ‘외부세계와 남편을 이어주는 통로’로 변신했다. 한 번도 쓰지 않던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 남편의 상황과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 발언하기 시작했다.

류샤는 지난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6개월 동안 독방에 구금됐다가 지난 5월 진저우 감옥으로 옮겨진 뒤 5명의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30㎡의 감방에 갇혀 있으며, 9월 면회에서는 건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한 류샤오보가 매일 아침과 저녁 한 시간씩 햇볕을 쐬고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받고 있으며, 정치적인 책 외에 소설책 등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허용돼 있다고 밝혔다.

류샤는 류샤오보에게 08헌장 작성에 참여하지 말라고 말렸다며, “그는 목표가 옳다고 믿는다면, 성공하지 못할 줄 알더라도 끝까지 그걸 추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바로 그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 때문에 남편을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고 <핑궈일보>는 전했다.

8일 밤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직후 공안들은 류샤의 집을 에워싸고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한 뒤, 그를 데리고 사라졌다. 류샤는 10일 감옥이 있는 진저우에서 남편 류샤오보를 만났다고 보도됐지만, 그의 전화기는 계속 꺼져 있는 상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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